[야시시(野視視)]좌파에 맞선 한국당 '대장정'? 공산혁명 상징인데…

[the300]총선서 '좌파 독재' 프레임 먹힐까? 철저한 고민 필요

박종진 기자 l 2019.05.10 04:35

편집자주 야(野)의 시각에서 봅니다. 생산적인 비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고민하면서 정치권 안팎의 소식을 담겠습니다. 가능한 재미있게 좀더 의미있게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앞에서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대장정 출정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5.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좌파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운다는 자유한국당의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명칭이 '대장정'이다.

대장정의 어원은 마오쩌둥이 1934년~1935년 탄압을 피해 홍군(紅軍)을 이끌고 1만2500㎞를 이동한 역사적 대행군이다. '농민 속으로' 들어간 마오쩌둥을 오늘 날까지 중국이 숭배하게 된 공산 혁명의 상징과 같다.

마오쩌둥은 대장정의 종착역인 산시성(陝西省)에 도착해 이렇게 말했다. "장정은 선언서이며 선전대이며 파종기였다."

한국당은 7일 부산을 시작으로 지역 한곳 한곳을 훑는다. 황교안 대표는 18일에는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도 참석한다. 대정부 투쟁의 선언과 선전을 바탕으로 전국 모든 곳에 야당의 주장을 파종하겠다는 계획이다.

명칭의 아이러니와 별개로 성과가 나오고 있다. 9일 발표된 여론조사(리얼미터 기준)에서 한국당은 지지율 34.8%를 기록했다. 탄핵 사태 이후 최고치다.

물론 대장정은 이미 보통명사다. '멀고 먼 길. 또는 그런 노정'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다. 태극기를 들고 나서는 각종 국토 순례 행사에서도 대장정이란 표현을 쓴다.

그럼에도 굳이 거론하는 건 명칭의 중요성 때문이다. 네이밍(이름짓기)은 곧 프레임(논의구도)과 직결된다.

당장 '좌파 독재'라는 규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 한국당은 대여투쟁에서 좌파 독재를 전면에 내걸었다. 보수는 결집했다. 지지율 상승이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집권은 다른 문제다. 국민의 보편적, 중간점 정서를 담아야 한다. 무능, 무책임, 독선…모든 비판이 가능하다. 하지만 좌파? 다원화된 시대다. 노무현 정권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했고 박근혜 정권이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고교무상교육을 추진했다.

독재? 기자만 해도 어린 시절 '전두환이 나쁜 사람이냐'는 질문에 아버지가 화뜰짝 놀라며 집안에서조차 입을 막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현 정부를 독재로 규정하는 게 과연 먹힐까.

마침내 중국 대륙을 장악한 마오쩌둥의 비결은 사실 조사(調査)였다. 1927년 '호남농민운동고찰보고'에서 마오는 철저히 현실을 분석하고 실제로 대중에게 먹히는 혁명 전략을 수립한다. 그래서 대장정이 성과를 거뒀다.

어쩌면 한국당에게 절실한 건 조사다. 올 상반기 벌였던 날 선 대여투쟁으로 보수층을 결집하고 지지율 30% 중반을 달성했다. 그걸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건 내년 총선 승리, 2022년 집권이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민심의 바람을 담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가혹하리 만큼 냉정한 자기 반성, 해부가 필요하다. 모든 선입견, 익숙한 것과 이별해야 한다. 황교안 대표가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에 힘을 실어준 것,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이 파격적 실험에 나선 것 등이 그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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