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위치보다 목적 보자"

[the300][런치리포트-관문공항의 미래/下]②"필요성 높아 시작했지만 지역갈등 비화…최적화 솔루션 고민할 때"

이재원 기자 l 2019.05.24 06:00

동남권 신공항은 16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2003년 1월 부산·울산·경남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지역 상공인들이 "남부권 항공수요 증가에 대처하고 국토균형 발전을 위해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건의하면서 구상이 시작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화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공식 검토를 선언했다. 국토연구원은 "김해공항은 2025년 연간 활주로 운항횟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 공항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발표해 신공항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2008년 9월 동남권 신공항을 30대 광역 선도프로젝트로 선정하는 등 신공항 건설에 속도를 냈다. 당시 국토연구원은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최종 후보로 압축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경제성 버린 무관심한, 상처입은 민심=두 후보지를 두고 지역이기주의가 고개를 들었다. 수익사업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려는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 벌어졌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가 낙동강을 가운데 두고 다투는 사이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갈등이 과열됐다. 

결국 2011년 3월30일 이 전 대통령은 경제적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신공항을 백지화했다. 더이상 갈등을 방치할 수 없다는 계산도 있었다. 그해 4월1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공약을 지키는 것이 국익에 반할 때에는 '계획 변경'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꺼지는 듯하던 신공항의 불씨를 다시 살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011년 당시 여권의 유력 주자였던 박 전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 직후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며 "제 입장은 이것(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공항 건설은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말 대선을 앞두고 내놓은 공약집에 포함됐다. '지역균형발전 8대 핵심정책' 중 5번째 항목에 명시됐다. 다만 입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TK와 PK는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결국 시도당별로 스스로에게 유리한 공약집을 만들었다. 새누리당 부산선거대책위원회는 "김해공항의 가덕 이전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는 공약집을, 대구선거대책위원회는 '신공항 건설'을 대구 공약 1번으로 올려놓고 "지역민들의 열화와 같은 희망이 공약에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중앙선대위와 중앙당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다. 지역이 바라는 숙원사업을 모호하게 공약해 표심을 모으려 했다는 비판을 샀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영남의 압도적 지지 속에 당선됐고, TK와 PK는 또다시 대립과 분열을 거듭했다. 하지만 4년 만인 2016년 6월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결과는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사실상 신공항 백지화였다..영남 민심이 초토화 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내놓은 김해공항 확장도 선심성으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경제성·타당성도 적은데 이름만 '신공항'으로 붙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공학 털어내고 진짜공항 만들자"=김해신공항은 7조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우려가 적지 않다. 정치권 공약으로 세운 지방공항 가운데 제 기능을 하는 곳이 손에 꼽힐 정도이기 때문이다.

부울경 검증단 단장인 김정호 의원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은 확장성 결여, 안전성 부족 등으로 관문공항 기능이 불가하다"며 "좁은 부지에 7조원을 투입해 억지로 끼워 맞춘 기형적 공항"이라고 주장했다.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것이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를 말하는 이들의 논리다. 지역이기주의와 정치공학적 계산을 털어내고 필요성 하나만으로 재검토 해 제대로 된 '동남권 관문공항'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해당지역에서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지방분권 정신에 맞춘 정부(국토교통부)와 지역의 사업공동추진을 제안한다. 김 의원은 "일본 주부공항은 나고야시를 중심으로 3개현이 함께 설립한 공항조사단이 입지와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식을 택했다"며 "입지선정에 따른 갈등을 지역 조사단 중심으로 해결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역시 "공항은 공항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여들고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는 재생산의 공간이 돼야 한다. 미래 확장이 가능하고 충분한 부지가 확보되는 곳에 지어야 한다"며 관문공항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입지 선정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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