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만 바라보는 北 "南참견말고, 美협상가·셈법 바꿔라"(종합)

[the300]南중재역할 부정, 대화조건 美‘양보안’ 요구...'톱다운' 고수', 북미 정상·실무접촉은 무산

오상헌 기자, 최태범 기자 l 2019.06.27 16:59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이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읽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친서 받고,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며 만족을 표시하며, "트럼프대통령의 정치적판단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고 하시면서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볼것" 이고 밝혔다. 2019.06.23.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의 변곡점인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잇따라 대미·대남 비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엔 비핵화 협상 카운터파트 교체와 새로운 계산법을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선 북미 협상에 “참견하지 말라”고 맹폭했다.

북한은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가 열리자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그 시한부는 연말까지”라면서 “협상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협상도 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화가 재개되려면 미국 고위급 협상 대표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을 교체하고,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해법의 양보안을 들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조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 애쓴다 하여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 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우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북미 대화 중재·촉진자를 자임한 우리 정부의 역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날선 비난 발언도 이어졌다. 권 국장은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다.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며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인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 경제협력 등 남북간 합의 이행이 더딘 상황에서, 한미공조와 동맹의 틀에서 중재 역할에 나선 우리 정부에 여과없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뉴스1) 박세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7일 오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19.6.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 국장은 특히 “지금 북남 사이에 다양한 교류와 물밑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라고도 했다.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협상 재개를 위한) 북미·남북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이 자신 명의로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정부 당국자는 “남측에 당사자 역할을 하라는 것”이라며 “남북공동선언 등 남북간 합의를 차질없이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북한의 이례적인 대미·대남 비난 메시지는 최근 북미 정상의 ‘친서 교환’과 북중 정상회담 등으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오는 29~30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발신할지도 관심거리다. 북한이 한미가 요구하는 ‘실무협상’을 거부하고 3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통한 담판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 관계가 아닌 북중러 밀착을 지렛대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 변화를 공식화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관심을 모았던 북미 정상과 실무급의 비무장지대(DMZ) 접촉도 사실상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일본 오사카로 출국하기에 앞서 방한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오후 방한한 비건 대표가 북한 실무 협상자와 접촉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28일 오전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고 오후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면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30일 DMZ를 찾아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 전망이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으로 떠나기 전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과 다른 방식으로 대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9~30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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