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나라 등지고 '떠나는 국민' 어떻게 파악할까

[the300]국민이탈설? 거주여권 폐지에 따른 '착시' … '떠나는 국민' 정확히 반영한 데이터 없어

이의진 인턴 기자 l 2019.07.10 16:2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7월 7일 페이스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을 떠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며 “해외이주 신고자수가 문재인 정권 2년 만에 약 5배나 늘어나 금융위기 후 최대”라고 밝혔다. 이 같은 ‘국민 이탈설’이 사실일까.

 

[검증대상]

 

해외이주 신고자수 현황을 보면 한국을 떠나는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

 

[검증내용]

 

◇2018년 해외이주 신고자 급증은 ‘기타 이주’ 항목에서만

 

황 대표가 언급한 언론사는 통계청 국정모니터링지표인 'e-나라지표’를 근거로 삼았다. 이에 따르면 전체 해외 이주 신고는 2017년 1443명에서 2018년 6330명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이는 통계의 착시다. 

 

외교부는 전체 해외 이주 신고자를 ‘해외 이주자’(출국 전 신고자)와 ‘현지 이주자’(출국 후 신고자) 항목으로 나눠 파악한다. 이 중 현지 이주는 영주권을 가지고 이미 타국에서 생활하는 국민들이 대상이므로 황 대표가 말한 ‘지금 떠나고 있는 국민’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문제의 언론 보도 역시 '현지 이주자'가 아니라 '해외 이주자' 수치를 다뤘다.

 

해외 이주자(출국 전 신고)는 구체적으로 ‘해외이주 목적으로 출국 전에 외교부에 해외이주를 신고한 자’를 뜻한다. 이 같은 신고건수 역시 2017년 825명에서 2018년 2274명으로 상당부분 증가했다. 그런데 세부 항목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해외 이주자(출국 전 신고)는 △취업이주 △사업이주 △연고이주 △기타이주로 분류된다. 각 항목 별로 두 해를 비교해보면 △취업이주 251 : 173 △사업이주 26 : 21 △연고이주 469 : 545 △기타이주 79 : 1461로, 유독 기타 부분만 신고건수가 급격히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기타 이주 급증 이유는 ‘거주여권제도 폐지’

 

외교부 관계자는 기타 이주 신고 급증을 두고 “2017년 12월 21일 자로 거주여권제도를 폐지한 여파”라고 밝혔다. 거주여권은 ‘해외로 이주한 국민’을 대상으로 행정 편의를 위해 발급했던 여권이다. 해당 제도 폐지 이후 기존 거주여권 발급자들이 해외이주자로 인정 받아 관련 사무를 보려면 ‘해외 이주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개정된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8년에 기존 거주여권 발급자들의 신고가 몰렸고 이를 모두 ‘기타이주’로 분류했다는 설명이다. 외교부가 파악한 이 같은 신고자들은 1395명이다. 실제로 외교부는 새로운 통계에서 이 1395명을 현지 이주 항목으로 옮겼다. 새로 몰린 신고자들은 이미 영주권을 비롯한 장기체류자격을 가지고 해외에 거주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새 통계는 8일자로 통계청이 관리하는 e-나라지표에 반영됐다.

 

출처 : 통계청, 외교부


문제가 되는 신고자를 제외하면 2017년·2018년 해외 이주자(출국 전 신고)는 825명·879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9년 간 추세를 봐도 해당 신고자는 1000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소폭 증감했다.


◇해외이주신고, 나가는 이민 측정에 적절한 통계 아냐

 

이 같은 통계 해석 시비와 별개로 해당 지표가 ‘나가는 국민’을 측정하는 데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민정책연구원에서 2015년 발간한 정책보고서 ‘나가는 이민 통계 현황 및 개선 방안’에서는 해당 지표를 두고 “신고하지 않는 사람은 집계가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며 “신고자 비율을 모르고서는 실제 나가는 이민자 규모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2012년까지 해외이주 신고자 비율을 10~26%로 추정해 “낮은 이주 신고율 때문에 나가는 이민자의 실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이 통계를 사용하는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신고율 추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면서도 "(국민이) 얼마나 나가는지 이 지표만으로 확언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나가는 이민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이터는 없는 걸까. 위 보고서를 쓴 이창원 연구원은 “해외이주신고자 현황 외 ‘재외동포현황 통계’ 역시 방법론에 문제가 있어, 관련해 믿을만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들어오는 이주자 통계는 확립돼 있지만 반대 경우는 미흡한 실정”이라 지적했다.


◇나가는 국민, 국적 포기자로 따지기도 어려워

 

한편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황 대표 주장을 두고 “착시적 통계수치를 악용해 국민 불안을 선동하는 가짜뉴스”라며 “(국민들이) 탈한국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국적 포기자’ 개념을 사용했다. 이 대변인은 "작년 국적 포기자가 늘긴 했지만 이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를 정리하며 기존 국적상실 신청자들에 대한 행정처리가 이뤄졌고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재외동포 2세의 국적이탈 신청을 집중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행정절차상 국적 포기자가 는 것이지 나가는 이민이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적 포기자 개념으로도 나가는 이민 상황을 설명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연구원은 “국적 포기·타 국적 취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라 즉각적 유량 인구인 나가는 이민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특히 미국 이민 시 일단 영주권으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국적 포기로 집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의 논평 역시 실제 ‘떠나는 국민’ 규모를 정확히 파악한 반박은 아닌 셈이다.

 

[검증결과]

 

작년 해외 이주 신고자가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2017년 12월 거주여권 폐지에 따라 통계 집계 및 해석 상 착오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통계 해석 이전에 ‘해외 이주 신고자 현황’은 이주자의 자발적 신고에 좌우돼 실제 이주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지표다.

 

따라서 해당 지표를 근거로 ‘국민이 떠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지금 한국을 떠나는 국민'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 데이터가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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