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습기자와 원내대표 이인영

[the300]

이지윤 기자 l 2019.07.24 05:30
언론사 신입기자는 길게 6개월까지 ‘수습기자’로 활동한다. 힘들고 당황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지만 잘 이겨내면 ‘탈수습’ 축하를 성대히 받는다. 나는 한 달 전 그 축하를 받았다.

앞선 6개월 가장 힘들었던 때는 경찰서 찬 바닥에서 ‘뻗치기’(무작정 기다리는 취재)를 했을 때도, 빈소에서 유가족을 취재해야만 했을 때도 아니다. 매일 마주해야 하는 취재원들의 차가운 태도였다. 

국회를 출입하면서도 취재원 대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대표적 취재원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그렇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5월초 원내사령탑에 오른 순간부터 지금까지 국회 정상화를 위해 극한 일정을 달려 왔다. 정치 경력이 긴 그이지만 요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원내대표로서 ‘수습 기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 원내대표의 상대들은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인물들이다. 장외투쟁, 보이콧, 사과, 대통령 독대, 선결조건 등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국회 정상화 협상을 계속했지만 매번 결렬됐고 국회는 계속 ‘빈손’ 신세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무한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나 역시 기사에 대해선 ‘무한책임’이 있다. 치밀한 팩트 체크는 기본이고 수많은 기사들 중 독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는 성과 의무도 있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선 취재원을 더 열심히 마주해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듣는다. 

취재원에겐 강압적이어선 안되고 물론 저자세일 필요도 없다. 긴장관계 속에서도 좋은 취재와 기사작성을 할 수 있다.

두 달 여 전 취임 당시 이 원내대표는 “설득의 정치는 결국 여당 몫”이라며 “원칙에 집착했던 만큼 유연성도 발휘하겠다”고 했다. 설득과 유연성, 이 원내대표가 자부하는 리더십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 ‘차가운 취재원들’은 이 원내대표가 설득과 유연성의 리더십을 더 발휘해 줬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말한다. 그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달이 지난 지금, 초심을 다시 생각해보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취임 100일을 맞을 때도 ‘탈수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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