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변질된 '데스노트'…잃어버린 '정의'

[the300]

한지연 기자 l 2019.09.19 04:01
정의당의 ‘데스노트’. 정의당이 임명을 반대한 공직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며 붙은 말이다. ‘데스노트’는 소수정당인 정의당이 존재감을 발휘하는 순간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장관 검증 이후 얘기가 달라졌다. 적중률은 높아졌지만 신뢰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데스노트에 큰 오점이 생기며 효력을 다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2017년 시작됐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이 반대한 강경화·송영무 등이 그대로 임명된 반면 정의당이 콕 찝어 반대한 안경환·조대엽은 낙마했다. 불법 혼인신고, 음주운전, 부동산 투기 등의 이유가 정의당 데스노트에 적혔다. 

사모펀드 의혹·딸 입시 특혜 등 조 장관을 둘러싼 문제가 데스노트에 적혀 있는 이유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정의당은 장고 끝 ‘사법개혁이란 대의 차원’이라며 조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적격’판단을 내렸다. 그간 누구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선제적으로 들이댔던 것과 대비됐다. ‘이중잣대’ ‘민주당 2중대’란 비판이 당 안팎에서 들끓었다. 

‘조국 논란’ 속 가장 격하게 반발했던 2030 청년세대의 분노가 컸다. 정의당 청년 당원들 사이에선 ‘지지 철회’ 얘기까지 나왔다.

정의당의 이번 판단이 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선거제 개혁’과 얽히며 이해타산적 결정을 내렸단 비판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결국 정의당에게 중요한 것은 정의도, 개혁도 아닌 밥그릇이었다“며 ”사법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과 연동형 비례제를 바꿔먹기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심상정 대표는 논란을 의식한 듯 17일 조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검찰·사법개혁과 선거제도, 적어도 이 두가지는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했다“며 ‘대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법무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끼워넣은 ‘선거제 개혁’은 궁색하게만 다가왔다.

결과적으로 정의당의 데스노트는 적중률에선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결국 정의당도 똑같다’는 내상이 강렬히 남았다. 국민이 만든 데스노트에 정의당의 이름이 오를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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