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로운 길' 예고·美 "최악 대비" 경고…북미 대치 격화

[the300]북한 '미국과 대화 중단' 선언 시사…미국도 강경노선 선회 가능성

권다희 기자 l 2019.12.13 11:04
[서울=뉴시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이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8일자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일대의 위성 사진. 북한이 '중대한 실험'을 했다고 밝힌 다음날의 모습으로, 오른쪽 원 부분에 지표면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엔진 시험과정에서 발생한 배기 가스 때문에 생긴 자국으로 추정된다. <제프리 루이스 트위터>2019.12.10


북한이 '새로운 길'로 돌아설 가능성을 거듭 밝힌 가운데 미국 역시 북한과의 상황에서 "최악에 대비한다"고 경고하며 양측 모두 강경노선 선회를 예고했다. 북한이 이달 말 북미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내년 이후 북미간 긴장국면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도 확산되고 있다. 

◇美 "최악에 대비"·"북한 무분별한 행동 받아들일 수 없어"=미국의소리(VOA) 등에 따르면 윌리엄 번 미국 합동참모본부 부국장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은 비핵화와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우리는 그들이 약속을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면서도 최악에 대비한다"며 "북한의 최근 레토릭을 심각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의 유감스럽고 무분별한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함께 일하길 원한다"면서도 북한의 도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미국 측의 이 같은 메시지는 12일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최와 관련, 안보리 회의 소집을 주도한 미국을 향해 비난 메시지를 내놓은 뒤 나온 것이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유엔 안보리 소집이 "우리의 자위적인 무장현대화 조치들을 걸고 드는 적대적 도발행위"라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이 예민한 때에 미국이 우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를 주도하면서 대조선 압박분위기를 고취한데 대해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번 회의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경고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1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크래프트 대사는 이날 북한의 위성 발사와 ICBM 도발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미국은 협상에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이 대담한 결정을 할 것과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북한, 북미협상 중단 선언 가능성↑=
연말을 앞두고 북미간 긴장이 고조되며 최근까지 남아있던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었고, 대신 내년 이후 북미간 대치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북미 모두 물러설 가능성이 희박해 2018년 북미대화 재개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화 재개 기대가 결정적으로 축소된 시점은 지난 8일 북한이 국방과학원 대변인 담화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히면서다. 북한은 이 '중대한 시험'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이 ICBM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움직임이 포착되자 미국도 2년 만에 북한 도발을 규탄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소집했다. 켈리 크래프트 주유엔 미국대사는 11일(현지시간)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 밝혔다. 그간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들을 묵과한 것과 대조되는 강경한 대응이다. 

이 같은 '강대강' 대치 속에 북한이 조만간 새로운 길로의 선회를 천명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됐다(11일 크래프트 대사)"며 대화의 문을 이론상으론 열어놨지만, 북한의 요구대로 '셈법을 바꿀' 여지가 크지 않다. 이대로 북한이 이달말께 북미대화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정황이다.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를 방문했다고 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2.04. photo@newsis.com


◇북한 미국에 새로운 길 선회 책임 전가=
북한은 이달 말 소집을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및 내달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의 대화 중단 및 중러와의 밀착을 골자로 하는 대외정책 변경과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최근 새로운 길로의 선회를 '정당화'하기 위한 미국 책임론을 부쩍 강조하는 모습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12일 담화에서도 안보리 회의가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대화의 판이 깨진 게 미국 탓이란 명분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추가 도발 정황도 발견됐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2일(현지시간) 북한이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힌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수직엔진시험대 인근 연료 및 10m 길이 트럭 등이 포착되는 등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대미압박 행보와 연관 가능성이 있는 움직임으로 추정된다. 

다만 북미간 대치가 길어져도 레토릭이 아닌 실제 무력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로선 북미 정상 모두에게 현상유지가 더 유리한 선택지로 보여서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택해도 이는 내부 리더십 유지 등을 위한 것으로, 대북제재 해결 등을 위해 어느 시점 이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도발을 실제로 감행하지 않는다면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관망세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는 "내년엔 '노딜' 속에서 북미가 적정한 긴장을 유지하며 현상유지 할 것"이라며 "북한이 2021년 봄 제8차 당대회를 열고 미국도 대선 후 2021년 전반기 새 정부 인사 마무리가 되면 그 해 후반기부터 북미협상 2라운드 시작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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