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약자와 함께 해야"…박홍근이 말하는 '혁신성장'

[the300][300티타임]사실상 'M&A 제동' 논란에 "을지로위원회, 이것 하라고 만든 조직…손 놓으면 직무유기"

이원광 기자 l 2020.01.07 11:22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을지로위원회는 이런 것을 하라고 만든 조직입니다.”

답답한 속내가 읽힌다. 상생과 혁신성장 간 충돌을 부추긴 장본인으로 오해받는 데 대한 아쉬움이다. 그러면서도 혁신성장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DH) 간 M&A(인수·합병) 국면에서 배제된 경제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위원장이 이번 M&A 국면에서 전면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했던 독과점의 폐해가 배달 시장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피해는 소상공인과 배달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판단이다.

박 위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전화 인터뷰에서 “DH와 배달의민족은 2년 동안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나 시장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며 “하나로 통합하지 않고 경쟁체제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전체 DH 안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또 혁신성장은 기존 산업 및 경제적 약자와 함께 지속 가능하다고 봤다. 박 위원장은 “혁신 산업을 키워나가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대책을 세우고 피해 보는 사람이 있으면 구제책을 만들어서 약자와 함께 성장해야 하는 방향과 목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을 주창하는 정부와 여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지적에 대해선 “을지로위원회는 이런 것을 하라고 만든 조직”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불공정 행위로 인해 피해 받은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라고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달의민족 관련 기자간담회 취지는 600만 소상공인 우려 담은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요식업을 비롯한 소상공인 우려가 있고, 일명 ‘라이더’라 불리는 배달 시장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문제가 있다. 또 소비자들이 가진 우려도 있다. 결국 요식업 중심의 소상공인, 노동자, 소비자들이 DH와 배달의민족 간 M&A 심사를 앞두고 가진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 인상 우려가 핵심인가
▶DH와 배달의민족은 2년 동안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나 시장 상황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향후 경기가 계속 불황이거나 다른 어떤 비용이 더 수반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수수료를 통해서 이윤 창출하는 것이 기업 아닌가.

기업은 서로 경쟁을 통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부분이 있다. DH와 배달의민족은 하나로 통합하지 않고 안에서 경쟁체제를 유지한다고 하시지만, 전체 DH 안에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시장이 조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점에서 염려가 된다.

향후 경쟁 체제가 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가격 경쟁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가격과 서비스, 제품 질 경쟁을 통해 지위를 확보해 나가는 게 시장 경쟁의 질서다. 자칫 독점으로 인해 그런 업체와 브랜드만 있을 경우, 결국 소비자든 라이더든 가게든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우월적, 거의 독보적 지위를 이용한 영향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향후 배달 시장에서 신생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정도 규모로 하면 (DH가) 다른 기업과 경쟁이 가능하겠나. 본인들은 배달시장은 전체 수십조원 규모이고 이 중 8조원 정도를 배달앱 시장이 차지한다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배달앱 중심으로 배달 시장이 재편되면, 작은 경쟁 업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서비스가 나아지고 수수료를 비롯한 부담이 완화된다면 좋겠지만 이것을 누가 담보하나. 우리가 결정한 문제는 아니지만, 공정위가 현재 있는 법규를 두고 원칙적으로 심사해달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기업 결합과 관련해선, 기업의 자율적 행위이긴 하지만 이 시장이라는 게 함께 만든 시장 아닌가. 함께 만든 주체인 소비자, 요식업체,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런 우려를 두고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심사를 해야 된다. 이런 것을 전달해야 하는 게 을지로위원회다.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배달의민족-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 공정한 심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배달 노동자 목소리도 전달해주신다면.
▶하루에 어떤 분들은 19시간도 일한다고 한다. 물론 배달의민족에서 월급 노동자 등 여러 가지 분들이 계신다. 하지만 전체 근로자를 다 월급직으로 할 수도 없다. 특수고용직 형태로 존재하고, 시간을 다퉈서 돈을 받기도 한다. 

초를 다투면서 급박하게 운전하는 등 안전상 문제도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시장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따로 계획돼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제가 보기엔, 고되고 위험하더라도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이륜차를 타는 젊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질 좋고 안전한 일자리로 자리매김하는 것일텐데, 통합 과정 속에서 이것이 담보될 것인지 모른다.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당연히 이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

-혁신성장을 주창하는 민주당 지도부과 메시지가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런 것을 하라고 만든 조직이다.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불공정 행위로 인해 피해 받은 중소기업 등 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라고 만든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 입장인가. 

DH와 배달의민족 간 결합 심사 관계에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병에 위치 있는 것은 요식업 사장님들이다. 당연히 이들을 대변하라고 만든 기구에서 손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 아닌가. 당연히 인터넷 기업들은 정당한 평가 받아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그런 플랫폼 들끼리 경쟁하도록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핵심은 그런 플랫폼 기업들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지 않나. 기존의 시장을 만들어온 주체와 함께 성장한 것이다. 특정 주주나 기업인들 것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우리는 철저하게 혁신 성장과 혁신 산업, 스마트 산업을 키워야 하나, 기존 사업과 함께 혁신해야 한다. 제가 그래서 택시 문제도 그렇게 얘기 한 것이다. 혁신 성장을 해야 하는데 왜 기존 산업만 대변, 보호 하느냐고 하는데,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혁신 산업을 키워나가면서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책 세우고 피해 보는 사람이 있으면 구제책 만들어서 약자와 함께 성장해야 하는 방향과 목적이 돼야 한다. 우리 정부가 혁신성장을 지원했지만, (전날 기자간담회가) 마치 혁신성장을 저해한다고 보지 않는다. 

타다도 혁신적 시스템과 요소를 치외법권에서 하지 말고 제도권 안에서 정착하고 경쟁을 통해서 여러 가지 불친절, 승차거부 등 낡은 서비스를 일소해야 한다. 타다의 혁신 서비스를 시장에 가져와서 혁신을 이루자는 것이다.

(배달앱 시장도) 마찬가지로 경쟁 시스템이 도입되면 좋은데 이것은 독과점 우려가 있는 것 아닌가. 혁신성장이라는 게 무조건 법 밖에서 특정 기업을 보호하는 게 아니다. 현재 법 안에서 기본적으로 산업 주체 간 상생을 기반으로 해서, 어떤 내부적 경쟁 시스템을 통해서, 혁신이 도출되는 것으로 본다.

-DH 내 별개 브랜드로 존재해 경쟁한다는 설명도 있다.

▶1998년에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다. 별개 브랜드로 돼 있지만 인수 후 국내 자동차 시장은 독과점 시장이 된다. 가격과 관련해서 일부 다른 브랜드가 있지만, 국민 다수가 선호할 수 밖에 없는 브랜드의 가격 인상을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가는 것이다. 부담이 전가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DH 안에 3개 브랜드를 하더라도 결국 어떤 회사는 흑자, 어떤 회사는 적자를 하게 하겠나. 결국 시스템, 서비스 등 나름대로 차별화를 가지도록 하겠지만 이윤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DH가 얘기하는 별개, 각자 법인으로 운영하겠다, 이런 내용은 들었으나 과연 독과점으로 가지 않을지, 논란을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홍근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5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 발표 및 상생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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