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합법화·원격의료…줄어드는 의사 '밥그릇'

['士'자의 운명 쥔 법안들 ③ 의사 편] 원격의료, 정부vs 의료계 '정면 충돌' 전운

이미호 이상배 기자 l 2014.06.17 08:09



#직장인 김윤희씨(가명·31)는 지난 주말, 여의도의 한 피부관리실에서 이른바 '눈썹 문신'을 받았다. 평소 흐릿한 겉눈썹이 콤플렉스였던터라 이씨는 30만원이라는 큰 돈을 주고 반영구 문신을 받았다. 눈썹도 보기좋게 잘 나온데다 전혀 아프지도 않아 이씨는 매우 만족해했다.


◇문신 합법화 움직임…의료계 반발 예고


최근 젊은 여성들이 피부관리실이나 미용실, 개인 아파트 등에서 흔하게 하는 문신·타투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문신 시술은 의사만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문신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업계가 돈이 안되는 문신사업을 외면하면서 법의 단속을 피해 음성적 영업을 벌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처럼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자 외국처럼 전문 시술자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3년 만에 재발의됐다.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문신사법(제정안)'이 그 법안이다.


이 제정안은 문신사 면허와 업무범위, 문신업 신고·폐업 등에 관한 사항을 법으로 규정해 문신업을 양성화하는게 목표다. 문신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문신 색소와 종류 등 그 범위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문신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문신 시술 자격은 교육부 장관이 인정한 학교에서 관련학과를 졸업하거나 고등기술학교에서 1년간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부여키로 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의료계는 문신 시술 과정에서 출혈과 조직손상, 감염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올해말까지 의료계 의견을 더 들어보고 반대 의견서 등을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보완대체의료진흥법(대체의료활성화법)'도 한의업계의 큰 반발을 일으킬 법안이다. 대체의학의 종류가 무궁무진한 만큼 정부가 보완대체의료정책위원회·연구원을 만들어 시간을 갖고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야 대체의학의 부작용을 양지에서 철저히 검증하고 국민들의 불안을 씻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김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관련법을 발의했지만, 당시 의료업계의 반발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됐다.


19대 상반기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이었던 김용익 새정치연합 의원은 "대체의료 허용 부분은 논리구조가 사실 복잡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을 대체의학에 포함시킬지의 여부가 핵심이 될 거다. 사회적으로도 대체의학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성숙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19대 하반기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되면서 해당 법안들이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원격의료 도입"vs 의료계 "원천 무효"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지는 않았지만 원격의료 도입 방안도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사안이다.


지난달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6월 중순부터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키로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의료 허용 대상인 만성질환자와 도서·벽지의 경증질환 초·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오는 11월말까지 6개월간 진행된다. 또 시범사업 경과에 따라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러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말 '원격의료 시범사업 무효'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의협 집행부와 정면 충돌했다.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복지부와 의협 집행부가 합의해 발표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6월초 실시 계획은 원천 무효"라며 "의협 집행부가 협상과 투쟁에 대한 전권을 부여 받은 의료 비대위를 배제한 채 회원들이 모르는 사이에 복지부와 협상을 진행한 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15개 시도의사회장들이 모인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지난 2일 "졸속 시범사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강력한 반대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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