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권리금 보호 대책, '제2의 용산참사' 못 막는다

[the300] 재건축은 '권리금 보호 대상'서 제외

이대호 인턴기자 l 2014.09.24 18:12

강제철거에 맞선 농성자 5명과 이를 진압하던 경찰 특공대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 5주기를 맞은 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터 일대 용산4구역 부지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2014.1.20/뉴스1


정부가 상가 권리금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재건축'은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당정협의를 갖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관습적으로 다뤄온 권리금 개념 법제화 △영세한 임대차 계약에만 제한적으로 부여됐던 임차인의 대항력(5년 동안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모든 상가 임대차 계약으로 확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에 대한 임대인의 협력의무 부과 △각 시・도에 권리금 분쟁조정 위원회 설치 △권리금 관련 권리・의무를 포함한 임대차 표준계약서 도입 등이다. 임대인이 부당하게 임차인의 권리금을 가로채는 등의 문제를 막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그동안에는 임차인이 공들여 일궈낸 상점을 빼앗기 위해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고 직접 영업에 나서는 경우에도 임차인은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이 같은 부당한 행위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개정안에 따라 임대인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보전 받을 수 있도록 협력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정안이 재건축 상황을 권리금 보호의 예외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임대인이 상가 재건축을 하겠다며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자신의 권리금을 보전받을 길이 없다.

개정안은 ‘건물의 파손, 멸실, 재건축, 안전 등의 사유로 계약 갱신이 거절된 경우’를 임대인의 협력 의무 면제 조건의 하나로 두고 있다. 재건축으로 임대차 계약을 종료할 때에는 임대인이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

2009년 용산참사도 당시 권리금을 보상받지 못한 세입자들과 재개발조합 등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뜻깊은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상가권리금 보호 방안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용산참사 방지법으로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도 ‘일정한 수준’에서 상가권리금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익사업법, 도시정비법 등이 추가로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부득이하게 상가 재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대인이 받은 적 없는 권리금을 임차인에게 보상해야 하는 상황은 임대인에게 불합리하게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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