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반란? 처지 바뀐 여야 싱크탱크

[the300]민주정책연구원, 민병두 원장 취임 후 잰걸음

김성휘 기자 l 2014.11.20 06:10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주정책연구원이 고령화, 선거구 전환, 정치개혁 등 민감한 이슈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정당 싱크탱크의 역량으로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이 야당보다 우위에 있는 걸로 평가됐다. 민주정책연구원은 이런 패러다임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어서 이후 여야의 싱크탱크 대결이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연구원은 최근 내부에 '100세 사회위원회'를 설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고령화를 재앙으로만 여기지 말고 65세 이상도 일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며 '정년 70세' 시대도 만들어야 한다는 보고서도 마련해 화제가 됐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입수한 보고서는 저출산 고령화를 당면한 현실이자 미래로 보고 "미래와 싸우기보다 미래를 주도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비전도 담았다.

이 같은 중장기 어젠다 제시와 함께 정책발굴, 이슈대응에도 열심이다. 17일 '정책엑스포조직위원회'를 구성, 내년 4월 서울에서 각 분야의 다양한 정책을 누구나 발표할 수 있게 하는 '정책엑스포'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공무원연금 관련 토론회도 주최했다.

앞서 10일엔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혁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편차는 2대 1을 넘어선 안 된다"고 결정한 후 정당 차원에서 관련 토론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연구원 내부에서 보고서를 만들어 소수의 당 지도부에게만 보고하던 관행에 그치지 않고 대중적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장수는 축복', '반대동맹에서 공감동맹으로' 등은 연구원이 최근 개발한 캐치프레이즈다. 
사진=민주정책연구원


변화는 민병두 의원이 지난 8월 연구원장에 취임하면서부터다. 민 원장은 우선 인적 변화를 꾀했다. '88만원 세대' 저자로 알려진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 '스타 학원강사' 출신 이범 전 서울시교육감 정책보좌관을 지난달 부원장으로 영입했다. 조직에 충격을 주면서 정책역량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이 부원장은 더300과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에도 '성장'에 관한 정책과 담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잰걸음은 연구원의 현주소를 벗어나려는 시도다. 연구원의 박사급 인력은 급여조건이 월등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활발하게 연구결과물을 생산하는 게 아니어서 연구 시간당 급여는 민간 연구기관보다 낫다는 말도 들었다. 강력한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야당 싱크탱크로서 존재감이 약했다는 지적이다.

야당이 잦은 지도부 교체로 연구원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거나 당대표 성향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 측면도 있다. 정치권에선 연구원의 성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의 동의를 얻고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지가 관건이라고 본다.

새누리당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야당 싱크탱크가 활기를 띠면서 여야의 정책과 전략대결이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여의도연구원장이 9개월째 공석이다. 이주영 의원이 지난 2월 원장에 취임했지만 이내 해양수산부 장관에 발탁되면서 지금껏 원장실이 비어 있다. 이종혁 전 의원이 부원장으로 여론분석·정책제안 등 일상적인 연구원 업무는 꾸준히 가동 이지만 당 측의 공격적인 행보와는 비교될 수밖에 없다.

김무성 대표는 신망 있는 인사를 외부영입, 여연 원장을 맡긴다는 생각이지만 최종 결정엔 난항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원내 재선급 이상 의원을 발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단, 김 대표가 여연 원장을 중책으로 여기고 있고 현역 의원이 의정활동과 여연 업무를 병행하기도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김 대표는 원장 인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내다본 여야 정책대결이 고조되는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당 바깥의 훌륭한 분을 여연 원장으로 모셔오겠다는 생각이고 그런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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