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한 백지신탁제, 성완종 계기로 보완될까

[the300]정무위 활동하며 건설회사 특혜법 발의…백지신탁 제도 유명무실

박다해 기자 l 2015.04.24 16:48
15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국회의원 시절 주식백지신탁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금융당국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4일 국회 등에 따르면 성완종 전 회장은 2002년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지난해 6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핵심 금융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둔 상임위원회다. 해당 금융기관에 대해 사실상 '갑'(甲)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인 셈이다.

경남기업의 최대주주였던 성 전 회장은 피감기관이 출석한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건설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가 하면 부실한 건설회사를 지원하는 입법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속기록 등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12년 8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국가로서는 건설회사가 장단점도 있고 말썽도 많이 일으키지만 버릴 수 없는 그러한 소재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유동성을 좀 보완해 주는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건설사 지원정책을 촉구했다.

2013년 경남기업의 상황이 악화되자 정무위원 자격으로 금감원 기업 구조조정 담당자를 의원회관으로 불러 만나기도 했다. 워크아웃 개시 전후로는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수출입은행장, 산업은행장 등 금융당국 수장과 채권은행장 등을 만났다.

관련 입법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성 전 회장은 2013년 5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기업 경영에 간섭하지 않으면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건설, 조선, 해운 등 경기민감업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자금을 활용해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최대 주주 자리를 유지하면서도 관련 상임위원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국회에 입성한 뒤 정무위원회를 배정받자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그가 보유한 경남기업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라고 결정했다.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은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백지신탁제도를 피해가는 '꼼수'를 사용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의원직을 상실한 성 전 회장은 결국 소송을 취하했다. 18대 국회에서도 김정, 배영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소송을 통해 백지신탁을 피해간 전례가 있지만 이를 방지하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설사 주식을 백지신탁한다고 해도 비상장사 주식이 대부분이여서 실제로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수탁기관은 백지신탁된 주식을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해당 기간 내 처분이 어려운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30일 이내 기간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장횟수에는 제한이 없어 사실상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머니투데이 the300 3월23일 런치리포트 '백지화된 백지신탁' 참조 )

논란이 계속되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날(23일) 기자들과 만나 백지신탁제도의 보완책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백지신탁제도를 처음 공론화한 참여연대 측은 "법조인 출신의 국회의원이 '전문성'을 이유로 법제사법위원회에 속해 있더라도 법 체계·자구 심사만 맡기고 관련 분야 입법을 금지하는 등 보다 촘촘하게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매각이 쉽지 않은 주식에 대해선 "정부가 매각하는 방향을 검토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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