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리포트]2015년 쪽지예산 집중해부 (상)

[the300](종합)

박용규 이하늘 배소진 이상배 남영희 기자,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l 2015.07.01 05:50


'쪽지예산'의 실체…'알박기·영토확장·셀프'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새해 예산안을 심사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이 29일 완료되면서 국회가 본격적인 예산전쟁에 돌입했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예산심의의 기본이 되는 '정부안'에 사업을 포함시키기 위한 정부 부처의 물밑 작업은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느 해보다 '예산 성적표'가 중요한 지역구 국회의원들간의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매년 예산 심사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것이 '쪽지 예산이다. 정부안에 반영돼 있지 않던 예산이 중간에 끼어드는 것이다. 
 
예산당국의 협조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선순위에 밀렸거나 사업의 타당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의과정에서 정부 부처나 정치권의 로비 또는 압력 등의 끼어드는 사업은 예산낭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토대로 작년 12월2일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을 분석, 이른바 '쪽지 예산'의 실체를 파악해봤다.

◇'쪽지'로 파고든 미반영 예산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부안에 포함되지 못했던 '미반영 예산' 중 예결위 심사에서 '불쑥' 튀어나온 특정지역 사업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쪽지성 예산'의 정황이 짙다고 평가한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정부와 동료의원들을 설득해서 확보한 예산을 쪽지 예산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다. 

'쪽지성 예산'은 공개 회의의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예산 심사과정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국가 예산의 지역 균형 배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안에 가장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김성태 새누리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도 이런 논리에서 '쪽지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쪽지성 예산'의 유형…'알박기형'·영토확장형'·'셀프예산형'
 
2015년도 예산안에는 '쪽지 예산'으로 의심되는 사업들이 적지 않았다.  
 
'쪽지성 예산'으로 의심될 수 있는 사업은 일정한 유형을 가진다. 
 
▷'알박기형'= 대표적인 예산 요구 방식이다. 첫해 일부 예산이 반영되면 '계속 사업'으로 분류돼 향후 대규모의 예산반영이 가능해진다. 수백억원 짜리 사업이라도 연구용역비, 설계비 등은 수억원에 불과한데, 이를 우선 끼워 넣는 것이다. 예비타당성조사를 위한 예산 요청도 같은 맥락이다.

국토교통부의 일반국도 건설사업과 농림부의 배수개선 사업등이 대표적인 예다. 일반국도 사업은 예결위 논의에서 35개 지역에서 증액 요구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단 6곳만 반영됐다. 그것도 전체 사업비가 아니라 5억원에서 10억원 규모의 사업 착수 예산이었다.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삽을 뜬 해당지역의 사업은 내년부터 후속 예산을 받을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농림부의 배수개선사업도 비슷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스산업화센터 마스터플랜, 미래창조과학부의 첨단연구성과종합전시관 구축사업 등도 초기 사업비를 신청했고 예산 확보에 성공했다. 

▷'영토 확장형'=정부 사업이 매년 반복되는 사업들도 있지만 수년간 진행되면 종료되는 사업들도 적잖아 부처 입장에선 신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게 항상 중요하다. 그러나 신규사업의 진입장벽은 높다. 정부의 예산안 작성과정에서 신규사업은 부처별 예산의 한도액이 있어 쉽게 반영되지 않는다. 

농림부의 밭기반 정비사업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를 대비해 집단화된 밭을 대상으로 용수개발, 농로정비, 밭 경지정리 등의 신규로 추진하기 위해 140억원을 신청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국토부가 관계법령에 따라 영구임대아파트의 주거복지사를 선정하기 위한 예산 38억원도 신규사업이었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행정자치부의 제3정부통합전산센터도 100억원을 신청했지만 예결위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셀프예산형'= 공무원들과 직접 관련된 예산들이다. 공무원 '특혜'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올 수도 있어 대개 은밀하게 추진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5개 국책 연구원이 퇴직공무원들을 활용해 교육훈련자문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 20억원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요구해 반영됐다. 국가기관의 세종시 이전이 마무리 되면서 서울-세종시 통근버스 예산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국회 논의에서 실제 통근버스 활용률이 60% 수준에 그치는 만큼 13억원을 감액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결국 1억원만 감액됐다.

통합청주시의 신청사 예산은 대표적인 셀프예산이다. 당초 정부안에 한푼도 반영되지 못했는데 예결위 논의과정에서 사업실시를 위한 10억원 증액 요구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요구 예산의 50배에 달하는 500억원이 책정됐다.

無에서 有를 창조한 '쪽지예산'…어느 의원, 얼마나?


/그래픽= 이승현 디자이너



# 지난해 9월 국회로 넘어온 정부의 2015년도 예산안에는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포장 예산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새롭게 등장한 이 사업은 예결위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충청지역 의원들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았다. 새누리당의 경대수 박덕흠, 새정치민주연합의 노영민, 박완주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당시 예결위원장이던 충청 출신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까지 힘을 보탰다. 결국 정부안에 없던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포장 사업비 20억원이 올해 예산으로 최종 확정됐다.  

국회는 예산 편성권을 정부가 꽉 쥐고 있어 국회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1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조정소위원회(옛 계수조정소위) 심사자료를 보면 정부안에는 아예 없었던 사업들이 '쪽지'로 끼어들어 예산을 타가는 사례들이 적잖았다. 

지역구에서 필요로 하는 예산을 타내기 위해 조정소위에서 이해관계가 비슷한 여야 의원들끼리 합종연횡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결위 조정소위 위원인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과 황주홍 새정치연합 의원은 힘을 합쳐 'FTA(자유무역협정) 대응을 위한 포도·감 수출기반 조성 사업비' 예산 20억원을 신규로 받아냈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문경은 포도, 황 의원의 지역구인 영감은 감(대봉감) 특산지로 알려져 있다. 

부산 북구·강서구을이 지역구인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과 울산 남구갑의 같은 당 이채익 의원도 합작을 통해 '해양융복함소재 산업화' 예산 30억원, K-슈즈 비즈센터 예산 5억원,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예산 31억원 등을 타냈다.

한편 지난해 조정소위 위원으로 활동한 강원 춘천 지역구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유일하게 신규예산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춘천은 '자전거인프라 구축'(신매대로-102보충대 구간)과 관련해 40억원의 신규 예산을 배정받았다. 창원과 여수 역시 각각 22억원, 8억원의 예산 확보를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좌절했다. 

경북 문경·예천을 지역구로 둔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은 '문경군인체육대회'에 대해 국민체육진흥기금 200억원 증액과 국방부 예산 250억원 증액으로 450억원의 예산을 받아냈다.

이 밖에 △'양산-동면국지도건설' 예산 64억8000만원(새누리 윤영석) △'서귀포항 청항선 건조사업' 예산 31억원 및 '제주말산업특화단지 조성' 예산 30억원(새정치 강창일) △'국립 익산박물관 설계' 예산 25억(새정치 이춘석) △'KTL이차전지 인증센터 설계' 예산 15억원(새정치 박완주) 등 조정소위 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신규 예산도 대거 반영됐다. 

한편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으로 예산당국인 기재부가 친정인 장병완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역구인 광주에 '100기가급 초소형 광모듈 상용화 기술개발' 예산 20억원을 새롭게 타냈다.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에 지어지는 항공박물관 관련 예산 33억원을 상임위 차원에서 반영시켰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당 간사인 안효대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구 울산에 들어설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예산 10억원을 새롭게 따내는 데 성공했다. 

"100억만 더 줘요"…희비 엇갈린 '증액 쪽지'


표=남영희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쪽지성 예산'이 꼭 기획재정부가 만든 정부 예산안에 빠진 경우에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원했던 사업이 정부 예산안에 포함됐더라도 금액이 원했던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 '쪽지'들이 들어온다. 

지난해말 예산 시즌 2015년도 정부안보다 더 많은 예산을 요구했던 '쪽지성 예산'들의 성공, 실패 사례들을 살펴본다.

◇ "좀 더 주세요"…성공한 '쪽지성' 예산들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에 614억원의 예산을 더 달라는 요구가 국토교통위원회와 예결위의 심의 과정에서 접수돼 이 가운데 100억원이 실제로 반영됐다. 이에 따라 예산은 정부안 3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어났다. 공사를 조기에 끝내고, 충남도청과 가까운 곳에 삽교역도 신설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예결위원인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충남 천안을) 등 충청권 의원들의 지원사격이 한몫했다.

경기도 성남-여주 복선전철 건설에 대해서도 국토위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750억원 늘려달라는 요구가 들어와 결국 100억원이 추가로 반영됐다. 올해 중 완공을 위해서는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명분이었다.

정부안에 20억원이 반영됐던 대구시 '국가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경우 환경노동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100억원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정부안 제출 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는 이유였다. 예결위에서 대구·경북 출신 위원들의 지원 사격 아래 116억원까지 증액 요구 금액이 늘었고, 결국 100억원을 더 타내는 데 성공했다. 

정부안에 4085억원이 반영된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보건복지위원회와 예결위에서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증액 요구가 쏟아졌다. 1681억원까지 증액 요구 금액이 늘어났고, 결국 195억원을 늘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 '퇴짜' 맞은 '쪽지성' 예산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증액을 요구했음에도 끝내 '퇴짜'를 맞은 경우도 적지 않다.

당초 정부안에 반영되지 못했던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확산사업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논의에서 예타 통과를 전제로 예산 450억원이 얹어졌다. 예결위에서도 부산, 울산, 경북, 제주 지역 의원들이 각 지역에 필요한 사업비를 타내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기한 내 예타조사가 마무리되지 못했고, 결국 예산은 한 푼도 따내지 못했다.

경기도 구리-포천 고속도로 건설에 2604억원의 예산을 더 달라는 요구가 국토위와 예결위 심의 때 들어왔지만 끝내 반영되지 못했다. 예결위원 가운데 인근에 지역구를 둔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경기 하남) 등이 증액을 주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예산 284억원을 달라는 요구도 예결위로 접수됐다. 당초 정부안에 없었던 사안으로, 명분에서 밀려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학교 비정규직 13만8000명의 급식비 2150억원을 국비로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왔지만 결국 최종 예산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정규직 공무원들은 월 13만원의 정액급식비를 받고 있으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각 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게 지원되고 있다.

실종아동지원사업에 7억8000만원의 예산을 늘려 달라는 요구는 홍문표 예결위원장까지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국토부 예산 깎고 복지부 예산 늘리고

총예산을 그대로 둔 채 어딘가 예산을 얹어주려면 어딘가는 예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국회가 2015년도 예산안에 증액, 감액 등 손질을 가한 결과로 인해 울고 웃은 부처들은 어딜까? 

국회에서 예산을 깎고 더 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부처는 보건복지부다. 정부안 대비 무려 1조5146억원이 늘어났다. 1조5181억원의 예산이 추가된 반면 깎인 예산은 35억원에 불과하다. 안전행정부(2641억원), 해양수산부(1035억원), 산업통상자원부(1024억원)도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순증됐다.

국토교통부는 4443억원 가량이 국회에서 증액됐지만 삭감된 금액이 1조3242억원에 달해 당초 정부안보다 예산이 8799억원이나 줄었다. 기획재정부(-2907억원) 교육부(-2324억원), 방위사업청(-1518억원)도 정부안보다 줄어든 최종 예산안을 받아 들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92억원), 국가정보원(-20억원), 통계청(-10억원)처럼 국회에서 예산 증액 한푼 없이 감액만 있었던 경우도 있다. 반대로 산림청(158억원), 농촌진흥청(146억원), 문화재청(133억원)은 감액 없이 예산을 추가로 더 받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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