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공세' 방어 성공하면 KBS·MBC도 영향권

[the300]방문진(MBC)·KBS 이사진 8월 초 선임…與 원내대표에 추천권 있어

이하늘 기자 l 2015.07.06 15:21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 뉴스1

유승민 새누리당 원대대표 사퇴를 두고 여당의 내홍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자리를 보존한다면 향후 3년간 KBS, MBC 등 주요 방송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6일 방송업계와 정부,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오는 14일 이사 공모를 마감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KBS 이사 선임과 관련해 사실상 여당 원내대표가 다수 인사를 선임할 수 있다.

야당 언론홍보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실상 정부여당과 야당이 방문진과 KBS 이사진의 추천권을 갖고 있다"며 "방문진은 청와대 3명, 여당 원내대표 3명, 야당 3명씩, KBS는 정부여당 7명, 야당 4명을 추천하는데 통상적으로 정부여당 몫의 7명을 추천하는 것은 여당 원내대표"라고 설명했다.

◇KBS·MBC이사진 정원의 각각 64%, 33% 추천권한 

MBC 지분은 방문진이 70%,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직을 역임한 정수장학회가 나머지 30%를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인 방문진은 MBC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사장 임명권과 해임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방문진 이사 9명 가운데 정부여당이 6명을 선임하는 것이 관례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MBC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갈등국면으로 인해 이사진 구성 결정절차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야당 원내대표는 이사진의 3분의 1인 3명을 추천할 수 있다.

유 원내대표는 공정방송 관련 KBS와 MBC의 노사대립이 벌어졌던 2012년 "KBS 김인규, MBC 김재철 사장 퇴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 방송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정부와 미묘한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유 원내대표가 추천한 3명의 차기 이사진이 야당 측 추천 이사들과 뜻을 같이 하면 MBC 사장 선임은 물론 방송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비칠 수 있다.

KBS 이사진 선임 권한은 여당 원내대표에 더욱 몰려었어, 전체 11명의 이사 가운데 정부여당 몫 7명의 이사를 사실상 원내대표가 선임할 수 있다. 물론 당내 의견을 취합해야겠지만 원내대표가 추천한 이사들이 뜻을 모으면 KBS의 경영전반을 결정할 수 있다.

특히 방문진과 KBS 이사진의 임기는 3년이다. 다음달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여기에 11월 조대현 KBS 사장 임기가 종료되면 조 사장의 연임, 혹은 차기 사장 선임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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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야 추천? 법으로 정해진바 없다" vs 정치권 "관례, 이미 추천절차 들어가"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 상 KBS이사회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고, 방문진 이사회 역시 방통위가 임명한다"며 "여야의 추천은 법적인 근거가 없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방문진 이사진 임기가 다음달 8일까지고, KBS도 다음달 중 이사진의 임기가 종료되는만큼 방통위는 이에 맞춰 공모에 응한 인사 가운데 적임자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간 이어진 여야 추천이 이번에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미방위 소속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은 "최근 이사회 관련 추천인사 리스트를 검토하고 있다"며 "면밀한 검토를 통해 방송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들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與 의원들 "원내대표의 권한" vs "원내대표 취합 통로 역할에 불과"

유 원내대표의 추천권과 관련해 MBC가 최근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영식 의원은 "최근 국회법 사태에 있어 MBC의 보도가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이라며 "회사의 사익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편파방송을 일삼는 것은 일부 종편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안광한 현 MBC 사장은 김재철 전임 사장의 최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가 김 전 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한 만큼 자칫 MBC 이사진에 관여하는 것이 껄끄럽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유 원내대표의 방송사 이사진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그간 원내대표에게 관행적으로 정부에 인사를 추천하도록 한 만큼 공모가 끝나고 다음달 기존 이사진 임기 만료 상황에 원내대표가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또 다른 영남 지역의 의원은 "최종 인사를 추천하는 것은 원내대표지만 그 과정에는 정부와 관련 상임위 의원 등의 의견을 취합해 이를 전달하는 통로 역할일 뿐"이라며 "유 원내대표는 이미 정부와 협력이 불가능한데 만일 사퇴를 하지 않는다 해도 주요 방송국 이사진 인사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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