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정신건강 대책, 중점과제는'재탕'·중장기과제는'지지부진'

[the300][2015국감]국회, 2013년 '소방관 전문 병원법' 발의…논의 진척 없어

박용규 기자 l 2015.09.15 08:14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소방방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14.10.8/뉴스1

 

정부가 지난해 9월 소방공무원들의 심신건강 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관련 예산 부족과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의 외면속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방관 정신건강 종합 대책, '형식' 중점과제·'지지부진' 중장기 과제
1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민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소방공무원 심신건강 관리 종합 대책'의 추진 성과를 분석한 결과 "'중점 추진과제'는 대부분 형식적인 내용에 머물고 있으며 중장기과제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심신건강 종합 대책 중 '중점 과제'는 △관서(부서)장 개인 면담 통한 상담진료 독려 △상담·검사·진료비 지원의 프로세스 개선 △국립서울병원 소방공무원 안심프로그램 운영 △설문검사 결과 관리군 분류 직원 상담 진료 연계 △상담치료 참여시 출장처리 등이다.

이중 진료비 지원은 2012년부터 실시해오던 사업이었다. 소방당국은 소방공무원의 심신건강 진단 및 치료를 위해 2012년에 5300만원, 2013년에 1억8100만원, 작년에는 2억3000만원을 각각 지출한바 있다.

'중기 과제'는 일부 진행중인 사업이 있으나 대체로 대다수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중기 과제 8건 중에서 실제 시행중이거나 추진 중인 사업은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위탁 운영 사업 △소방관서 내 심신안정실 설치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계획 수립을 포함한 3개다.

◇전국 70여개 '심신안정실' 설치…일선 소방관 휴게실로 인식
이중 실시되고 있는 전국 소방관서의 '심신안정실 구성 현황'을 보면 대부분 휴게실 공간을 리모델링 해서 사용중이다. 심신안정실은 공기청정기, 안마기, 혈압측정계, 조명장치 등을 설치한 후 소방관들이 자가 측정을 통해 스스로 힐링 케어를 하는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휴게시설은 만들어줬지만 알아서 셀프 힐링 하라는 이야기"라면서 "심신안정실이 설치된 전국 소방관서 10여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 문의한 결과 소방공무원들은 심신안정실을 휴게실 이상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방본부는 현재 70여개 소방관서에 설치된 심신안정실을 소방교부세 등을 활용하여 향후 3년간 200여개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외 △동료상담지도사 육성 △심신건강 자가진단용 모바일 앱 개발 △심신건강관리 및 치료방법 R&D 추진 △심신건강관리정책 등 추진 전담부서 신설 △소방관 심신건강학회 2015년 상반기 발족 등의 사업은 예산부족 또는 세부 계획을 세우지 못해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업을 담당할 전담부서 역시 1개 과(소방보건안전과)를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기존 후생복지계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경찰 및 소방공무원에 대한 예우 및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국정과제(122번)를 제시하고 대통령 또한 직접 2013년 11월 제51회 소방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관리와 치료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면서 "예산당국의 반대와 정책 결정권자들의 무관심으로 소방공무원의 심신관리사업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동 종합 대책의 '장기 과제'인 △국립소방전문병원 건립 △소방공무원 심리안정 수련원 설치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해당 사업들지만 뚜렷한 추진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 소방전문병원 설치법 발의돼 있지만…예산에 발목 잡혀

국회에는 2013년 12월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소방공무원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전문병원 수립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소방공무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소방공무원의 근무환경 및 질환 특성이 반영된 전문병원 설치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지만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해 상임위 논의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위급 상황에서 자신을 몸을 던지는 소방공무원들에 대해 국가가 예산 문제를 이유로 전문병원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심리적 정신적 질병으로부터 온전히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소방공무원들에게 특화된 전문 병원 설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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