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미군의 심장 '펜타곤' 방문…우주협력 논의

[the300] 한줄로 늘어선 美장병들과 '로프라인 미팅'…KF-X 기술이전 논의 여부 주목

이상배 기자 l 2015.10.15 22:20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4월25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펜타곤'(미국 국방부 청사)을 방문, 우주개발·사이버안보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3∼18일 3박6일 간의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찾은 박 대통령은 방미 사흘째인 15일 오전 펜타곤을 방문해 미국 애쉬턴 카터 국방부 장관,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마크 리퍼트 주한대사 등 고위 인사들과 면담을 가졌다. 우리 측에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호영 주미대사,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주개발·사이버안보 분야 협력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행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앞서 박 대통령은 14일 미국 측의 요청으로 워싱턴 D.C. 인근 매릴랜드주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 "달 탐사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이 확대되고 우주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확대돼 우주자원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실상의 '한미 우주동맹'을 선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면담을 계기로 한 장관과 카터 장관 사이에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지 주목된다.

당초 정부는 약 8조원을 들여 2025년까지 KF-X를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하면서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KF-X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인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가지 항공 전자장비 관련 기술이전을 미국 측에 요청했지만 미국은 전례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면담에 이어 박 대통령은 한국에서 근무했거나 앞으로 근무할 31명의 미국 장병, 5명의 한국 장교들을 '로프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 형식으로 만나 격려했다. 장병들이 복도에 한줄로 늘어선 뒤 대통령이 한명씩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대화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0월 오바마 대통령이 펜타곤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장병들과 '로프라인 미팅'을 가졌다. 

이날 펜타곤에서는 박 대통령을 환영하는 공식 의장행사도 열렸다. 예포 21발이 발사된 데 이어 애국가가 연주된 뒤 사열과 미 전통의장대의 행진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펜타곤을 찾은 것은 역대 두번째로,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문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펜타곤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탱크룸'(전시상황실)에서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펜타곤 방문 후 박 대통령은 외빈으론 이례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관저로 초청돼 함께 오찬을 가진다. 이 자리에서는 한미관계 발전 방안과 북한 문제 등 동아시아 정세 등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후에는 한미 재계회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 양국간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에 역대 최대 규모인 166명의 경제사절단과 동행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미국 전·현직 고위인사와 학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연설을 한다. 한반도 평화통일 노력에 대한 미국 조야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미국 방문 마지막날인 16일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의 '하이라이트'인 오바마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 및 확대 오찬회담을 갖는다.

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한미동맹 관계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Rebalancing toward the Asia-Pacific) 전략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등 도발 가능성이 상존한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단호한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을 지가 관심거리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최대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지도 주목된다. 이미 출범 가입국으로 참여할 기회를 놓친 우리나라는 앞으로 2차 가입을 추진할 지 여부를 적극 검토 중이다.

정상회담에서 KF-X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문제가 논의될 지도 관심거리다.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에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확대 오찬회담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끝으로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는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한국에는 18일 새벽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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