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디지스트는 다 주면서…유독 짠 '유니스트' 예산

[the300]기재부 '괘씸죄' 적용됐나…미래부, 고육지책 셀프 예산 삭감

황보람 기자 l 2015.10.29 15:46

자료 제공=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가 과학기술원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울산 '유니스트' 예산을 대폭 삭감해 사실상 '학생수 감축'을 압박하고 있다. 기재부와의 예산 협의에 실패한 미래창조과학부는 '기타경비'를 자진 삭감해서라도 학생과 교수 등에게 배분되는 예산을 증액해 달라는 입장이다.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예산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유니스트 관련 예산을 정부안에서 150억원 가량 증액한 800억원 수준으로 확정했다. 같은날 전체회의에서도 소위 의결 내용이 가결됐다.


이는 미래부 원안(835억원)에서 기타 경비 30억원 가량을 삭감한 결과로 학생 수업비 등 학사 사업비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미래부는 기재부에서 삭감한 유니스트의 인건비와 학사사업비 등 예산 177억원을 다시 증액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기재부와의 에산 협상에 실패하면서 '기타 경비' 30억원을 삭감하고 학사 사업비 등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미방위는 기재부가 유니스트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는만큼 무작정 증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임위 차원에서 예산을 증액하더라도 수용될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이다. 미방위가 기재부의 의도된 예산 삭감을 무시하고 원안대로 전액 증액할 경우, 기재부가 미방위의 다른 예산 증액분에 칼을 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유니스트가 기재부와 사전 협의 없이 과학기술원 전환 법안을 추진함으로써 일종의 '괘씸죄'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국립대학법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울산과학기술대학교(유니스트)는 기존 국립대학법인에서, 과학기술원과 같은 특정연구원으로 지위가 변경됐다. 이에 따라 유니스트는 학생 학비 등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게 된다.


기재부는 유니스트의 학생수를 360명 수준에서 200명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염두하고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스트 담당자는 "기재부가 디지스트의 경우 155억원을 학사운영비로 배정하는 등 다른 과기원은 학생 경비와 학과운영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며 "유니스트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면 학교 구성원들의 처우가 열악해 지기 때문에 학생 쪽 양해를 구해 등록금을 올리거나 다른 비용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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