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건국'·'리셋 코리아'…필요한 것은 개혁인가 혁명인가

[the300][미래를 찾는 긴 여정-리버럴리스트의 매니페스토](7)윌리엄 윌버포스-② 배경

김태은 기자 l 2015.11.13 06:06

한연지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헬조선을 뒤집는 청년총궐기 선포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 대학생겨레하나,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희망나비 등 청년단체들은 국정교과서 반대, 노동개악 중단, 청년 일자리 제공, 교육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며 오는 14일 청년총궐기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2015.1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권 이양이 자리잡으면서 역대 정부에서는 전쟁같은 '명' 대신 '개혁'이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된다. 그러나 때때로 개혁 이상의 사회변혁을 요구하는 '혁명적혁'이 시대정신으로 등장하곤 한다.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정부의 경우 '사혁명'에 필적하는 '문민혁명'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국정 비전으로 아예 '신(新)한국 창조'를 내세웠다. 나아가 문민정부 원년을 민족사 복원의 원년으로 선포하는 바로 직전까지 이어졌던 군부정부를 청산하고 그 잔재를 일소하는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 정부였다. 군사정권이 초래한 불행한 과거를 극복한다는 목표 아래 개혁 대상과 그 방향이 비교적 뚜렷했고 그에 따라 개혁에 대한 국민 지지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된다.

김영삼정부가 군사독재라는 내부적 요인과의 단절을 위한 개혁이 필요했다면 김대중정부는 외환위기라는 국외적 요인과의 단절을 위해 역시 혁명에 가까운 개혁을 시대적 과제로 설정했다. 21세기를 인간혁명과 농업혁명, 도시혁명, 사상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새로운 혁명이 이뤄지는 시대로 규정하고 새로운 혁명의 시대에 발맞춰 '제2의 건국'을 위한 '국가 재편'을 주창했다. '제2의 건국' 역시 역대 권위주의 정권의 폐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완성하기 위국정의 체적 개혁으로 추진됐다.

앞서 두 정권이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한 데 비해 노무현정부는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정부혁신'을 국정운영의 최고 아젠다 삼았다.  통합의 정치개혁과 지방분권, 국가균형 발전 등이 당시 주요한 혁신 과제로 다뤄졌다.

특히 '혁신'을 개혁과 구분하며 차별성을 부각한 것이 특징이다. 정부혁신 업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해 신설된 청와대 혁신관리수석비서관직을 역임한 이용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개혁은 가치판단이 상대적으로 많이 내포되고 결과적 요소가 중시되는 데 비해 혁신은 과정을 중시하며 효율성을 구하는 쪽"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혁신인데 일부 공직자들은 그것을 개혁으로 굴절시켜 받아들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명박정부는 '선진일류국가'를 국정비전으로 설정하고 신 발전체제 구축이란 국정목표로 규제개혁 등을 추진했다. 중도실용주의 노선에 기반한 개혁을 중시해 '활기찬 시장경제'를 내세우면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을 위한 공생발전 등 시대적 개혁 아젠다를 병행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4대개혁을 비롯해 각종 개혁 과제들이 화두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나날이 높지는 모습이다.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미래세대의 절망은 개혁의 필요성 임계치에 다르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제3의 건국'이나 '리셋 코리아' 같이 혁명에 가까운 과감하고 대담한 변혁의 요구를 반영하는 구호들오고 있다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국가대개조'를 언급, 사회 전반의 구조적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혁신'을 전면에 걸어놓고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싸움에 골몰할 뿐, 우리 사회의 변혁에 대한 요구를 대변하는 데는 소홀한 모습이다. 진영 새누리당 의원이 "개혁을 향한 노력이 필연적인 귀결로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한계점을 지나 혁명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은 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방기를 개탄하는 자성의 목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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