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는 책도 잘팔린다?…2쇄찍고 톱10 오른 국회의원 책

[the300]김재원 '열하일기' 호평-김용태 '청춘' 화제…野 노영민 곤욕

김성휘 기자 l 2015.12.03 15:42
2013.07.23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인터뷰

 여당 의원이 쓴 책은 호평 받으며 판매고를 올리는 반면 책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야당 의원도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의 요즘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하다는 관측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초 출간한 '막북에서 다시 쓴 열하일기'의 2쇄를 찍었다고 3일 밝혔다. '열하일기'는 상하권 각 3000권씩 찍었고 2쇄 분량도 이와 비슷하다. 내용을 개정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 찍은 1쇄가 한 달만에 다 팔려 새로 인쇄한 것이다.

'막북에서 다시 쓴 열하일기'는 1780년 연암 박지원의 중국방문기인 '열하일기' 코스 그대로 김 의원이 직접 밟으면서 느낀 경험담을 실었다. 막북(漠北)은 사막의 북쪽, 지금의 중국 외몽골 지역이다.

김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이었으나 2008년 18대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한 뒤 중국 베이징 국제관계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이무렵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심취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김재원 의원보다 일주일 뒤인 지난달 9일 시장에 낸 '청춘'이 화제를 모으면서 꽤 흐뭇해 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달 셋째주 교보문고 집계 주간판매량 8위까지 올랐다. 국회의원이 쓴 책 가운데 서점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는 현실에서 이례적이다.

3일 현재까지 온오프라인을 통해 약 4000권 정도 판매됐다. 김용태 의원 측은 "출판시장이 썩 좋지 않아 2000권이면 많이 팔렸다고 하더라"고 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서울시당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의에서 '팩스입당' 후 해당행위 의혹이 제기된 김만복 전 국정원장에 대한 징계심사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15.11.10/뉴스1


공교롭게 책이 '잘나가는' 두사람 모두 여당 의원이다. 김재원 의원은 '핵심친박' '실세친박'으로 불린다. 김용태 의원은 대표적인 비박 재선의원이고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이다. 책이 잘 팔린다면 이런 정치적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김재원 의원은 보건복지위, 김용태 의원은 정무위 소속이어서 각 산하 기관들이 책을 구입한 것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책 출간 과정에 머쓱한 일화도 있다. 김용태 의원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노트북으로 자신의 '회고록'을 쓴 일이 보도됐다. 그 원고가 이 책이다.

그럼에도 두 의원은 나름대로 콘텐츠의 질을 강조했다. 
김재원 의원 측은 "평소 책 출간을 기다린 김 의원 지인과 수요층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7년에 걸쳐 블로그, 이메일 등으로 지인들에게 꾸준히 글과 사진을 보냈다. 올해 국회의원회관에서 사진전도 열어 관심을 모았다. '열하일기'가 시장에 안착했다면 '강매'가 아니라 치밀한 준비 덕이란 것이다.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 '김용태리포트'란 책을 꾸준히 써 온 김용태 의원은 그 4편 격인 '청춘'의 절반 분량에 자신의 학창시절을 주로 담았다. 나머지 절반엔 한국개발원(KDI) 등 26개 국책연구원 관계자를 만난 대화록으로 채웠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의 노 의원 사무실 모습. 2015.12.2/뉴스1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들과 반대로 책 때문에 코너에 몰리고 있다. 노 의원은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에서 사퇴하고 "누구보다 철저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사려 깊게 행동하지 못한 점을 거듭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국회 사무실에 카드결제 단말기를 두고 산업위 산하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판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상임위 산하기관이 책을 무더기로 샀다는 것뿐 아니라, 사업장이 아닌 국회의원 사무실에 카드단말기를 뒀다는 것도 쟁점이다.

노 의원은 1일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며 당의 당무감사원에 감사를 자청하기도 했지만 하루만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문재인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기도 한 대표의 측근이다. 

문 대표는 당무감사원에 엄정한 감사를 지시했다. 당무감사 정도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 종로 당협위원장인 정인봉 전 의원은 노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수사도 이뤄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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