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4·13]서울 영등포을 권영세vs신경민 '리턴매치'

[the300]"해 본 상대가 쉽다" '박근혜vs문재인' 간판 싸움?

김영선 기자 l 2015.12.25 09:32

서울 영등포을은 새누리당 소속의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리턴매치'가 이뤄지는 곳이다. 권 전 대사는 이 지역에서 16·17·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으나 19대에선 MBC 앵커로 인지도를 쌓은 신 의원에게 무릎을 꿇었다. 권 전 대사 입장에선 다윗에게 진 골리앗의 '설욕전'인 셈이다.

 

◇"해 본 상대가 쉽다" 지역구민 스킨십은 둘 다 부족


지난 3월 주중대사로서 임기를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권 전 대사는 초반부터 20대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한때 이름이 거론되긴 했지만 지명되지 않았고, 귀국 직후부터 영등포을 지역을 누볐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큰 이변이 없는한 권 전 대사가 공천을 받을 게 확실시되는 만큼 권 전 대사와 신 의원의 재대결은 사실상 성사된 분위기다.

 

권 전 대사나 신 의원 모두 "새로운 인물보다 해 본 상대가 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맞붙어봤기 때문에 서로의 전력이나 장·단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스펙'이나 성향 등에서 권 전 대사와 신 의원은 큰 차이가 없다. 양쪽 모두 서울대 출신에 검사, 언론인 등 각자의 영역에서 성공가도를 달린 사람들이다. 서민층과 교감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 또한 지역구 관리에 있어 두 사람의 공통된 단점으로 꼽힌다.

 

이는 권 전 대사가 19대에서 신 의원에게 패한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한다. 지역 밀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권 전 대사에 비해 신 의원은 MBC 평일 뉴스 앵커로 인지도를 높였고, 여기에 소신있는 클로징 멘트를 통해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는 2008년 '뉴스데스크' 앵커에서 경질돼 논란의 중심에 섰고, 당시 방송사가 몰려있던 여의도에선 사상 초유의 방송사 동시파업이 진행중이였던 터라 외압에 의해 물러나야 했던 신 의원이 뛰어들기에 적합했다. 구 민주통합당이 신 의원을 권 전 대사 대항마로 영등포을에 전략공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지붕 세가족' 지역구 "판세 예측 불가"


영등포을은 크게 여의도, 대림, 신길로 나뉜다. 세 지역 특성이 판이하게 달라 섣불리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여의도의 경우 사실상 권 전 대사 지지층이다. "여의도는 강남3구보다 더 보수적"이란 평이 나올 정도로 여권세가 강한 곳이다. 신 의원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당시 MBC가 위치했던 여의도에서 오랜기간 근무했단 점, 보수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이력이란 점 등이 권 전 대사와 격차를 좁혔기 때문이다.

 

반면 신길동은 여의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권세가 강하다. 당시 신길동 뉴타운 재개발은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폈고 이는 신 의원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뜨거운 감자'였던 신길동 뉴타운 사업을 놓고 신 의원은 "사업 재검토"를 약속했었고 이는 권 전 대사의 '아성(牙城)'을 무너뜨리는 데 한 몫 했다.

 

대림동은 중국 동포가 밀집해있는 곳으로 신길동과 마찬가지로 여의도에 비해 낙후된 지역이라 야권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지역별로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만 전체적인 선거 경향을 봤을 때 여권에 치우쳤던 영등포을은 어느정도 균형을 이룬 모습이다. 18대 때 57.8%의 득표율료 대승을 거뒀던 권 전 대사는 19대에서 불과 선거 한 달 반 전에 뛰어든 신 의원에게 5.2%포인트 차로 패했다.

 

그 사이 두 번의 서울시장 선거가 있었는데 영등포을은 2010년 오세훈 전 후보를 내세운 새누리당(전 한나라당)을 택했지만 이듬해인 2011년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선에선 야권 후보인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택했다. 득표율 차도 오 전 후보가 0.4%포인트로 겨우 이긴 반면 박 시장은 4.3%포인트로 여유있게 앞서갔다.

 

◇'박근혜vs문재인' 간판 싸움?

 

영등포을 '리턴매치'의 변수는 후보가 아닌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야당이 주로 사용하는 '정권심판론'이 수도권에서 강한 바람을 일으킬 경우 권 전 대사가 불리하지만 문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이 지금보다 더욱 악화되면 신 의원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최근 있었던 10·28 재·보궐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 10·28 재·보선 서울 영등포을 제3선거구 시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17%포인트 차로 이겼다. 특히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줄곳 야당에 내줘야했던 신길 4·5동에서 새누리당은 승기를 잡았다. 호남 출신 주민이 30%가 넘는 곳임을 감안했을 때 새정치연합의 패인은 호남 표 이탈로 분석할 수 있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는 새정치연합 후보들에게 문 대표는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친노(親盧·친노무현) 표를 잡으려면 문 대표가 필요하지만 그러다 자칫 호남 표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