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만 남긴 서민주거복지특위, 빈손 종료

[the300]野, 계약갱신청구권 시범도입 요구에 국토부 '요지부동'

지영호 기자 l 2015.12.29 17:32
-연구용역결과 '영향 미미'에도 "신규 세입자와 형평성 안맞다"
-여당 의원 대규모 불참 '불성실' 평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5.12.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 주거대책 마련을 위해 올해 초 국회에 구성된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이하 서민주거특위)가 전셋값 폭등 문제를 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1년여의 활동을 끝마쳤다. 야당 의원들은 마지막까지 계약갱신청구권제의 부분 시범도입을 요구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수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민주거특위는 2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국토부와 계약갱신권 도입 의견을 논의했다. 야당 의원들은 8일 공개된 '임대료 규제 효과' 관련 국토부 용역 결과를 근거로 계약갱신권만 도입할 경우 임대료 상승률이 미미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한걸음 못나갔는데 이 용역결과 나옴으로써 근거 상실했다고 본다"며 "전세가 상승 등 세입자의 고통과 고충을 해결하려면 전월세상한제는 미루더라도 계약갱신청구권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협 같은 당 의원은 "연구용역에서 도입하더라도 문제 없다고 한 계약갱신청구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 아직도 변함없느냐"면서 "(임대료 상승 효과가 없다는) 시뮬레이션 결과 보고도 달라진게 없다면 왜 연구용역을 했느냐"고 다그쳤다.

이에 김경환 국토부 1차관은 "용역을 시작할 때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전월세상한제 모형을 토대로 자문위원의 제안에 따라 모형 구조가 맞지 않지만 (진행한 것)"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임대인은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 반면 기존 임차인만 유리하고 청년 등 신규 임차인은 불리하게 된다"며 용역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차관의 반대가 완강하자 '정부가 반대논리가 깨질때마다 새로운 것을 들고나온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전세대란을 막을 의지가 없다는 게 야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이미경 위원장은 "계약갱신청구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정부는 시장논리에 어긋난다고 했다가 다시 아니라고 하더니 전월세 급상승이 염려된다 해서 시뮬레이션을 한 것 아니냐"며 "해볼만하다는 결과가 나오니 이젠 이를 받아들일경우 신규 계약자에게 불이익 줄 수 있다는 새 논리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김상희 의원도 "여야정이 합의해놓고 계속 못받는다고 해서, 못받는 근거가 있느냐고 하니 없다고 하고, 그래서 용역하라고 했더니 10월에야 용역했고, 계약갱신청구권 도입해도 (임대료 인상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안된다고 한다"며 "그동안 정부가 원하는 공급확대정책 등 다 들어줬는데 왜 서민의 의문에는 응답을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가 '노동5법'을 비롯해 일명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처리되지 않는 것을 두고 '국회가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하는 것에 빗대,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을 오히려 '청와대가 발목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종학 의원은 "3년간 정부는 뚜렷한 대책 없이 야당의 세입자 대책을 반대해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정책 아이디어인 '신혼부부에게 집 한채를'을 비난했던 정부 여당이 최근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주거정책에 관련 내용을 담은 것을 두고 "선거가 다가오니 야당이 공약 내기 전에 부랴부랴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협 의원은 "전월세 대란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내놓지 않고 국회가 하는 것을 정부가 발목잡고 있다"며 "국토부의 거부 이유가 궁색하고 근거도 없는데 야당이 요구하니 '들어주지 말라'는 (청와대의) 뜻이 있는거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 차관은 "저는 30년간 주택정책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 그동안 주택정책과 관련해 일관된 주장을 해왔다"며 "누구의 뜻에 의해서 주택정책을 바꾼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의원들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만 합의가 안됐을 뿐, '전월세 전환율', '주택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 마련' 등 성과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5개 의제 중 3개를 여야 합의로 건졌고 이것은 상당한 성과"라며 "외국 사례를 들어 도입하자고 하는 안들은 주택문제를 수십년에서 100년까지 경험한 서구에서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서민주거특위가 합의한 주거기본법이 본회의를 통과했고, 분쟁조정위 설치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긴 상태다. 그러나 전월세 전환율 인하나 분쟁조정위의 역할 등은 계약갱신을 전제로 할 때 효과가 드러나는 내용이어서 시장엔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특위 마지막날인 이날에도 여당 의원들은 대규모 불참해 '불성실하게 임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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