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엑소더스 가속…제1야당 핵심 텃밭 붕괴(종합)

[the300]야권 지지층 '호남향우회' 무더기 탈당…文-安 17일만에 '냉랭한 조우'

구경민 최경민 김승미 기자 l 2015.12.30 16:22
천정배 국민회의 창당추진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임원들의 더불어민주당(새정치연합) 탈당 기자회견에서 호남향우회 임원 30여명의 입당원서를 받은 뒤 손을 맞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5.12.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불어민주당이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출구를 찾지 못한채 분당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제1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탈당이 멈추지 않으면서 분당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야권 핵심 지지층인 전국호남향우회 현직 임원 29명은 30일 더불어민주당을 집단 탈당했다. 이들 중 22명은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신당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회의'에 합류했다. 이들의 탈당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호남민심 이반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훈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총회장 등 현직 임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국민회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0만 출향 호남향우를 대표하는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주요 임원들이 고향사랑 정신을 실천하고 호남정치 복원을 위해 평생 동안 봉사해 온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렵고 힘들게 고향산천을 지키고 있는 부모형제들의 뜻을 존중해 통합 수권야당 건설에 선봉이 되고자한다"며 "풍요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밀알이 되겠다. 일천만 출향향우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지지와 동참을 호소드린다"고 했다.

여기에 야당의 기둥중 하나인 동교동계(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세력) 이탈도 예고돼 있다. DJ(김대중)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DJ맨'으로 불리는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1월10일 전후로 집단탈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광주 현역 의원들의 추가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탈당 이후 광주 현역의원의 탈당이 이어지면서 8명의 현역의원 중 현재까지 3명만 당에 잔류해 있다. 그마저도 장병완·박혜자 의원이 탈당을 고심하고 있어 사실상 주류측 강기정 의원 1명만 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2003년 분당 사태가 재연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에서 소수당으로 위축됐고 신당 바람까지 불면서 입지가 극도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에서 힘을 못쓰고 있는 반면 안철수·천정배 무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이날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추모식에서 만났지만 서로 견제하며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안 의원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처음이다.

대화는 문 대표가 주도했지만 많은 말을 주고 받지는 않았다. 대화 중간 중간 어색한 정적이 흐르기도 했다. 또 문 대표는 '김근태 정신'을 앞세워 통합을 강조했지만 안 의원은 "통합에 대해서는 이미 원칙들을 여러번에 걸쳐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연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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