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열사' 김부선이 될 수 있는 방법은…

[the300-국회사용 꿀팁(4)]부조리한 제도 개선하려면 국감 한두 달 전을 노려라

윤재관 보좌관 l 2016.01.07 06:03

편집자주 ‘나’로 시작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나의 억울함만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한 다른 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맨날 싸우기만 한다는 비난을 받는 국회가 어떤 일을 하고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소개합니다. 현직 배테랑 보좌관이 국회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팁'을 알려드립니다. 윤재관 보좌관은 17년전 국회의원 인턴 생활을 시작으로 박병석 의원 비서관, 김영주 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 장병완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윤재관 보좌관

국정감사 기간에는 뉴스가 쏟아진다. 날카로운 질의로 눈길을 끈 국회의원들은 ‘국감 스타’로 떠오르기며 주목받기도 한다. 국회에 출석하는 증인이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크고작은 국감뉴스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은 국민의 생활이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내 삶과 일상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 

2014년 가을, 국정감사에 출석한 증인 가운데 강렬하게 눈길을 끈 사람이 있었다. 배우 김부선 씨였다. 난방비 문제를 제기하며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다는 소식이 연예 뉴스에 간헐적으로 나타나곤 했는데, 결국 국회에서 증언까지 하게 됐다. 
 
김부선 씨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성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부 주민들이 겨울에도 난방비를 ‘0’원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니, 한겨울에 난방비가 하나도 안 나온다니 냉골에 산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런 게 한두집이 아니었다. 빈 집도 아니고 멀쩡하게 난방을 하며 살고 있는 가구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내지 않은 난방비는 누가 책임졌을까? 애꿎은 다른 가구들이 덮어썼을 가능성이 높다. 쓰는 사람 따로, 돈 내는 사람 따로란 말인가? 
 
알고보니 계량기가 고장이거나 계량기 건전지를 탈부착하는 가구들이 있었고, 그런 일부 가구의 난방 사용량이 다른 이웃에게 전가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한 관리비 배분 때문에 이웃간 불화도 일어났고 이 석연찮은 문제를 김부선씨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구청이나 시청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성동구나 서울시, 모두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혼자 이리저리 파헤치고 다니느라 폭력시비에까지 연루됐다. 그렇게 각종 사건 사고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1년을 보냈다.

그 문제가 언론에 자주 다뤄지면서 국회에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2014년 10월, 국정감사 기간에 국토해양위원회에서 김부선 씨에게 증인신청을 해 국회에 출석하게 됐다. 김부선 씨는 국감에서 아파트 난방비 비리의 문제를 지적했고 국회는 국토교통부에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국토부를 질책하며 현황파악 및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국감이 끝난 직후에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2013년 10월부터 2014년 초까지 3개월 여에 해당되는 기간동안 전국의 공동주택 906만 가구 가운데 의무관리대상 1만 2185개 단지, 748만 가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748만 가구 가운데 지난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넉달 간 난방비가 한달이라도 ‘0’원이 나온 아파트는 총 5만 5천 174가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부선씨의 지적이 타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계량기 고장을 그대로 방치해 관리비가 부과되지 않은 경우가 6904가구나 됐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계량기 고장 등을 사유로 난방비 ‘0’원이 납부된 가구에 대해 계량기 전수 교체를 실시했다. 또한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개정법률안 제출이 이뤄졌다. 김부선이라는 개인이 제기한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다뤄지면서 국민 개인들의 가계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난방열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배우 김부선 씨는 개인 차원에서 난방비리를 밝히고자 폭력시비에까지 연루되는 등 각종 사건 속에 1년의 세월을 보냈지만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국회에 출석한 이후 불과 3, 4개월 만에 이 문제가 전격적으로 조사되고 제도 개선이 추진됐다. 이것이 국회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김부선이라는 개인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에도 다뤄졌던 것이 도화선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인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언론에 의해 쉽게 다뤄지는 유명인이며 지속적으로 열심히 싸웠지만 그것에 대한 성과를 얻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럴 때는 국회에서 동지를 찾아야 한다. 만약 김부선 씨가 조금 더 일찍 국회를 찾아왔더라면 개인적인 피해나 불편도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러니 국회를 가까이 두자. 힘이 필요할 때 적극 활용하자.

<국회활용 꿀팁 4> 국정감사 한두 달 전을 노려라!

부조리한 제도를 개선해야겠다 싶다면, 국회를 찾아가라. 기왕이면 국감 한두달 전에 가라. 이때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정부의 제도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국회의 얘기를 가장 경청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국정감사 때 국회의원이 정부기관을 감사하면서 지적한 내용은 국감 후 국회가 공식적인 의결을 통해 국정감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감사결과에 따라 정부 또는 해당기관에 변상, 징계조치, 제도개선, 예산조정 등의 시정사항을 전달하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 또는 해당기관은 시정 또는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명문화돼 있다. 따라서 평상시 국회가 정부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는 것과 국정감사 때 하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국회가 정부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한 사안에 대해 정부나 해당기관의 공무원 등이 제도개선에 가장 적극적일 때가 바로 국감기간이다. 

둘째, 국감 종료 후 국회는 예산과 법안심의에 집중해야 한다. 

같은 내용의 제보라도 국감이 끝난 직후에 들어오면 아무래도 관심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때는 이미 예산심의와 법안심의에 집중해야 하는 기간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제보에 집중하기 어렵다. 

셋째,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국정감사다. 

국감이 시작되기 직전, 모든 의원실은 귀를 쫑긋 열고 있다.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들도 많이 있지만 이때에도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맨다. 제도적인 허점, 억울한 일을 당한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 공직사회의 비리 등의 정보가 들어오기를 학수고대한다. 가장 정보에 목마른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니 구체적인 내용으로 제보를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국감을 잘해야 한해 농사 잘했다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국회는 항상 정보에 목마르다. 그러나 기왕이면 가장 효과적인 시기에 찾아가자. 그것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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