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국민연금 복지 활용 논란…"미래 투자" vs "포퓰리즘"

[the300] 더민주, 국민연금 여유자금 '국민안심채권' 투자 방안 논의

최경민 정현수 기자 l 2016.02.22 17:26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 방안'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16.2.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연금의 복지재원 투자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에서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한 공공임대주택, 국민안심채권 등의 제안이 쏟아지는 가운데 여당은 '포퓰리즘'이라고 받아치는 형국이다.

22일 국회에서는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박광온 의원 등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500조원에 달한 국민연금기금을 복지 및 공공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연간 약 86조원 가량 발생하는 국민연금 여유자금(신규기금+회수자금)의 10% 수준인 8조6000억원 정도를 공공어린이집, 공공노인요양시설, 공공임대주택, 공공병원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정부가 발행한 이른바 '국민안심채권'에 국민연금이 투자해 마련된 재원을 복지사업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국민연금기금의 복지재원 활용은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 공약으로 청년주거를 개선하기 위한 셰어하우스 임대주택 5만호 공급을 제안했는데, 이 사업을 위한 10조원을 국민연금 기금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국민의당도 국민연금을 이용해 만 35세 이하의 청년에게 임대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법안을 당의 1호법안으로 제안했다. 사실상 '청년희망임대주택'을 국민연금의 재원으로 조성하는 내용으로, 국토교통부가 검토 중인 '뉴스테이' 출자 협약을 청년 세대에 우선해 적용하는 방식이다.

야권은 국민연금기금을 청년 복지재원 등으로 활용한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성도 담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구가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취업해 보험료를 내야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령화가 급속화돼고, 출산율은 꼴찌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투자하는 사람이 미래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금의 존속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 수익률이 작년 4%대까지 떨어졌고, 채권 수익률은 2~3%에 불과한 시점에서 공공임대주택 등에 투자한다고 해도 그 정도의 수익률은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기금의 복지 재원 활용 주장은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김영삼 정부는 '공공자금관리기본법'을 시행해 국민연금기금의 여유자금 전액을 임의대로 사용했던 적이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이를 바로잡았지만, 국민연금기금을 정부가 활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선심성 정책'에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가능하다. 기금 고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국민연금을 복지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정책은 오히려 '포퓰리즘'으로 간주되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사업, 국민안심채권 등의 수익성 역시 완벽하게 검증되지는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더민주의 '국민안심채권' 주장에 대해 "현재 국민연금기금이 국채 등 다양한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한 목적의 가진 다른 채권을 투자에 활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최근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한 다양한 활용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국가 재정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이같은 야권의 주장에 회의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선거를 앞둔 정책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국민연금의 복지 재원 활용이 제20대 총선의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지난 12일 국민연금을 이용한 청년희망 임대주택 건설을 "포퓰리즘의 망령"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노후를 위한 보루인 국민연금을 주머니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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