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15시간째…DJ기록 두번 경신(종합)

[the300]김광진→문병호→은수미 DJ기록 2번 경신…野 "독소조항 수정하라" 26일 본회의 분수령

박소연 기자 l 2016.02.24 10:12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첫 주자로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시작되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야당이 24일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47년 만에 꺼내든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15시간째 이어가고 있다.

 

전날 오후 7시6분쯤 첫 주자로 단상에 오른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새벽 12시39분까지 5시간 33분간 토론을 이어갔다. 그는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을 경신했다.

     

이후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은 새벽 2시29분까지 1시간11분간 토론을 벌였다. 새벽 2시30분 주자로 나선 은수미 더민주당 의원은 현재까지 6시간 넘도록 발언을 이어가며 김광진 의원의 기록을 넘어섰다. 

 

전날 야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 제정 지연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해 본회의에 직권상정하자 이를 막기 위해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필리버스터 요구서를 제출했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할 경우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이자 만 35세인 김광진 의원은 "테러방지법에 대한 우려는 결국 안보라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이나 최소한의 권리들이 침해받지 않겠느냐는 염려와 걱정"이라며 "안보를 합리적이고 이성에 입각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가정보원법의 목적과 지위, 직무 등의 조항을 읽은 후 46개 조항으로 이뤄진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의 조항을 하나하나 모두 읽었다. 대테러정책회의를 대통령 소속 하에 둔다는 조항은 두번 강조해서 읽기도 했다. 최근 SNS상에서는 김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대테러정책회의에 대한 질의로 황교안 총리를 몰아세운 장면이 유명세를 탔다.

     

또 해외 테러방지기구에 대한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결과 등을 꼼꼼히 읽어나가는 식으로 시간을 늘렸다. 정의화 의장이 직권상정을 한 근거인 현재 상태가 국가 비상사태라는 판단에 대한 비판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테러방지법의 주요 이슈가 국정원의 권한에 관련된 것인만큼 카카오톡 감청이나 RCS 논란 등 과거 국정원과 관련된 주요 사건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의 연설 사이사이에 "힘내라" "화이팅" "물 마시고 해" 하는 추임새도 넣었다.


김 의원이 단상을 내려오자 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47년만의 진풍경에 한때 인터넷상에서 '김광진 힘내라'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문병호 의원의 바통을 받아 단상에 오른 은수미 의원은 한때 말을 멈췄다가 다리를 푸는 등 피곤함을 드러냈다. 새벽 6시25분쯤 테러방지법과 관련 없는 '세모녀 사건'에 대해 발언한다는 이유로 새누리당 측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정갑윤 국회 부의장이 의제 관련 내용만 발언할 것을 지시했다. 


야당은 은 의원 이외에도 정의당 박원석, 더민주 유승희·최민희·강기정 의원 등이 차례로 '밤샘' 무제한 토론을 이어나가 테러방지법 제정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야당의 의사진행 방해관련 규탄성명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새누리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날 오후 8시40분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은 절대다수의 국민이 느끼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라는 의사진행방해절차를 악용해 법안을 발목잡고 있다.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는 야당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은 정략적인 이유로 국민안전을 정쟁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국가안위와 국민안전을 도모해야 할 국회가 테러를 방치하도록 필리버스터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고 헌정사상 있을 수 없는, 규탄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필리버스터에 대한 향후 대책에 대해 "더민주는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방해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찬반토론을 할 이유가 없다"며 "저희는 야당이 방해행위를 하도록 놔두겠다. 더민주 의원들이 밤새도록 토론을 돌아가며 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약속을 지키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새누리당이 제출한 테러방지법은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며 △국정원에 부여하는 테러인물에 대한 추적권과 조사권 삭제 △테러방지법을 통해 영장 없이 감청이 가능토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부분 삭제 △국회의 견제장치 마련 등을 요구하며 대치 중이다.


간밤 여야 지도부는 수차례 테러방지법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상을 시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여야 이견이 큰 만큼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제한 토론은 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산회하지 않고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총선을 미루지 않기 위해서라도 26일 전까지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될 것이란 예상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되는 동안 굳은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