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희망 없다" 참회록 쓴 주류학자 '공약전쟁' 최일선에

[the300][경제전문가 인터뷰②]최운열 더민주 비례 4번,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관행 근절할 것

정영일 기자 l 2016.04.06 06:00

편집자주 정치권이 4.13 총선을 맞아 경제 각 분야 전문가 영입으로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은 여야의 경제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20대 국회를 앞둔 각 당의 경제정책과 비전을 들어본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장/사진=김창현 기자


최운열 전 서강대 교수는 이른바 '주류 경제학자'였다. 과거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을 지지했고 기업활동 촉진을 위해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기고도 했다. 그런 그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대표 4번을 받았다. 남성이 짝수를 받는 비례대표 배정 규정을 고려하면 남성 중에서는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바로 다음이다. 

그는 지난해 정년퇴직을 했다. 퇴직 기념 강연의 제목이 '주류학자의 참회록'이었다. 일종의 반성문이다. 최운열 후보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으로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장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나 어두운 구석이 많이 생겼다"며 "결과적으로 제자들이 취업도 힘든 사회를 만든 것 같아 당시 강연의 제목을 그렇게 달았다"고 했다. 

그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경제상황실장을 맡아 이번 4·13 총선의 최일선에 섰다. 이번 선거 슬로건으로 '문제는 경제다'를 내건 더민주에서 경제 민주화와 포용적 성장이라는 화두를 공약으로 연결시키고 유권자들에게 전파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최 후보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진 8년간의 경제정책은 1970~80년대의 정책이었다"며 "이같은 경제정책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다음 정권까지 지속이 되면 진짜 호프리스(hopless·희망이 없다는 뜻)다"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지난 8년간 경제가 어려워진 것이 '낙수효과 이론'에 기반해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이 먼저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촉진책을 쓰면 그 효과가 낙수(落水·흐르는 물)처럼 사회 전체로 퍼져 중소기업과 가계 역시 잘살게 된다는 이론이 더 이상 국내 상황에 적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새누리당의 경제정책이 기대고 있는 낙수효과는 1999년까지는 맞았다. 통계를 보면 당시까지는 GDP(국내총생산)가 늘어나면 가계소득이나 기업소득이 비슷하게 늘었다"며 "그러나 2000년대 들어 GDP가 3% 늘면 기업소득은 7%가 느는데 가계소득은 1%가 느는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투자 촉진을 위해 돈을 풀어도 대기업에 사내 유보금으로 쌓일뿐 투자나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유럽 등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소비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까지 겹치며 결국 국내 소비여력을 확충하는 경제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 포용적 성장론의 핵심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장/사진=김창현 기자

최 후보는 "새누리당은 대기업이 투자를 하게 만들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허구"라며 "기업이 투자를 왜 안하나. 결국 수익이 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수익이 안나는 것은 제품이 안 펼리기 때문이고 쉽게 말하면 결국 기업이 만들어낸 상품을 살 사람이 없어서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후보는 "더민주는 성장의 목표는 새누리당과 똑같은데 방법이 반대"라며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듯 무조건 기업에 투자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소비자의 소비여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공약도 결국 실질 소비가 살아나게 만든다는 성장정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고쳐 중소기업의 적정이윤을 보장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나 전체 소비가 늘고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도 활발해져 궁극적으로 대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 후보는 "중소기업에 적정이윤을 보장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대기업의 80~90%만 올려도 우리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갈 것"이라며 "그러면 청년실업 해소도 되고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 중소기업의 경쟁력도 살아나 결국 납품을 받는 대기업도 잘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정책의 전환을 통해 통계나 숫자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 후보는 "지금은 정부가 3% 성장했다고 발표하면 국민들은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나한테는 전혀 관계없는 수치일 뿐이기 때문"이라며 "1% 성장하더라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성장을 하는 것, 그것이 새누리당과 우리당의 기본적인 스탠스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기존과는 다른 경제정책을 시도할 수 있는 야당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최 후보는 "경제정책을 다 실패해놓고 지금 와서 구호만 바꿔서 '잘 해보겠다''밀어달라' 하고 있는데 국민이 이제는 거기에 넘어가면 안된다"며 "사람이 바뀌고 추진하는 주체가 바뀌지 않으면 이 큰 흐름을 바꿀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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