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총선 패배와 노동개혁, 그리고 당정의 엇박자

[the300]당은 분리입법 환영, 정부는 기존대로…피부로 느껴지는 당정의 당황

김세관 기자 l 2016.04.19 15:20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기자실에서 일자리 확대 및 격차해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대패'로 끝났다. 당연하게도 정부와 여당이 고집스럽게 추진 의지를 드러내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관련 법안(노동5법) 등 경제활성화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노동5법 법제화 의지와 관련해 총선 패배가 가져온 당정의 당황스러움은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지난 18일 있었던 집권여당 원내대표와 고용노동부 장관 간 의도치 않았던 엇박자만 봐도 그렇다.

시간을 하루 전으로 돌려보자. 이날 일부 언론들은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주목, '국민의당 "파견법은 노사정위에서 논의해야"'라는 (비슷한 유형의) 제목들의 기사를 공개했다. 국민의당이 노동법 논의와 관련한 새로운 중재안을 내놓았다고 한 내용이었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파견법 개정안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3법(근로기준법, 산재법,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하더라도 파견법은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받아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노동개혁과 노동법 논의 과정을 쭉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새로운 중재안이 아니라 그동안 야당 입장을 다시 한 번 복기한 원론적인 이야기란 것을 알 것이다.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야당 환노위 위원들이 계속 주장한 노동법 분리 입법(3법 우선 논의 후 기간제+파견법은 분리 논의)주장과 토씨하나 다른게 없다.

어찌됐든 이날 중요했던 것은 언론들이 제목으로 뽑은 주 원내대표의 중재안(?)이 아니라 이를 듣고 보인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반응이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주 원내대표의 의견에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노동법 일괄(패키지) 처리를 고수했던 여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동시에 이날 오전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기자회견이 잡혀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노동법 법제화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자 정부와 여당이 분리 입법 수용과 더불어 파견법 등에 대한 수정 입법을 내 놓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보였다.

원 원내대표가 파견법 논의의 장(場)으로 환영한 노사정위원회는 한국노총의 불참 선언으로 사실상 해체됐다. 한국노총의 불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전에 동의가 없었던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 국회 제출 및 새누리당의 법제화 밀어붙이기 움직임이 컸다.

정부가 기존의 파견법 내용을 바꾸지 않은 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다시 복귀할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이날 고용노동부 장관의 회견 내용관심이 여당 원내대표와 궤를 같이 할지 관심이 모아졌던 것.

그러나 이 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입장 변화를 감지할 만한 발언은 없었다. 오히려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정부가 나서서 부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일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왜 한 건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노동법 법제화가 19대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자 집권여당과 정부의 관련 입장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환노위의 한 야당 관계자는 "야당도 노동개혁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을 빼면, 아니 비정규직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하면 기간제법 및 파견법 개정안도 충분히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어제(18일) 정부 회견 내용을 보면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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