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위기 키운 회계법인 부실감사

[the300]종합

임상연 정영일 배소진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l 2016.06.22 08:56
분식회계·부실감사 폐해 커지는데 느긋한 금융당국

-외감법 고쳐 부실감사 막는다더니 법 시행 최대 2년간 유예
-3년전부터 개정방향 알리고 법안도 발의…또 봐주기 논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생명보험 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업 IFRS4 2단계 도입영향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6.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를 방지하기 위해 회계법인 대표이사 제재 도입등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면서 최대 2년간 법 적용 유예기간을 두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법 개정에 따른 민관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인데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로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수주산업의 추가 부실 우려도 큰 상황에서 위기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1일 국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방지를 위해 △회계법인 대표이사 제재 도입 △감사품질 관리강화 △회사의 감사인 직접선임 제한 △재무제표 대리작성 요청금지 △유한회사 외부감사 도입등을 골자로 하는 외감법 전면 개정안을 마련, 이르면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제출할 계획이다.

부실감사 시 회계법인 대표이사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항의 경우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 때 제제가 과도하다며 철회권고를 받았지만 금융위가 일부 내용을 수정하면서 통과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계기로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회계법인 대표이사의 회계품질관리등 책임 강화를 규개위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외감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곧바로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가 개정안에 1~2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해서다. 예컨대 회계법인 대표이사 제재는 법 공포 후 1년, 유한회사 외부감사 도입은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되 시행일이 속한 사업연도부터 적용되는 식이다. 연말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시행 시점에 따라선 2~3년 후에나 개정안이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법 시행 이전 부실감사에 대해선 소급적용도 받지 않는다.

금융위는 외감법을 전면 개정하는데다 이해관계자들도 많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폐해가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법 잣대를 기업 눈높이에만 맞추는 것은 안일한 현실인식이란 지적이 많다. 더욱이 이번 외감법 개정작업은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추진되던 것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금융위의 이번 대책은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의 근본 원인인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고리를 끊는데 한계가 있는 부실대책”이라며 “이마저도 필요이상 유예기간을 두는 것은 현 정부의 책임을 차기 정부로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에 대한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부실감사 회계법인에 대해선 등록취소, 업무정지 및 제한, 과징금(최대 20억원), 손해배상공동기금 적립 등의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회계법인 등록취소는 제재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실제 제재 사례는 극히 드물다. 또 과징금의 경우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지 않는 비상장사 회계법인에 대해선 법적 근거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처벌규정 강화와 관련해 업계 의견 및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필요하다면 보완작업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乙이 甲을 감사하라고? 부실 '재앙' 키운 회계 '커넥션'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일방적 조선업 구조조정 중단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16.6.16/사진=뉴스1


회계법인과 감사인은 흔히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고 불린다. 기업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일선에서 감시하는 첨병이라는 의미다. 기업에 대한,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는 자본시장의 각 플레이어들이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시장 기능이 작동하는 토대다. 그런데 이같은 파수꾼들이 흔들리고 있다. 

대형 경제사건이 터질때마다 부실감사 논란이 빠지지 않고 뒤따른다. 최근 감사원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정황을 밝혀내면서 수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에 '적정'의견을 표명했던 회계법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부실감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제도 개선안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수차례 관련 법안들이 발의가 됐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리며 제대로된 논의가 되질 못했다. 회계사들은 '을'(회계법인)이 '갑'(기업)을 감사하는 구조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정황'…부실감사 논란도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의 2014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결과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비춰 적정하다는 감사의견을 냈다. 2013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역시 같았다.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사장이 바뀐 직후 5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정정공시했다. 이 가운데 2조원이 2013년 2014년에 걸친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부실을 떨고가는 관행을 나타내는 '빅베스'가 또 다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과 2014년에 총 예정원가를 임의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총 1.5조원 규모의(영업익 기준)분식을 저지른 정황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이같은 사실을 금감원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리를 진행 중이다. 

논란의 불똥은 회계법인으로 튀었다. 어떻게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 의견이 나온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규모 부실이 밝혀질 수 있느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사를 맡은 2010년 이후 매년 '적정'의 감사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2008년 이후 5년간 총 143건 분식회계 발생 

대형 분식회계 사건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STX조선이나 저축은행 분식회계 사태, 동양 사태 등 굵직한 경제이슈에는 꼭 분식회계가 포함돼 있었다. 2014년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모뉴엘에서 3조원대의 분식회계가 발생해 회사 박모 대표가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3월말까지 분식회계 관련해 금감원이 조치한 사항은 총 312개 회사에 달했다. 이 가운데 143개 회사는 고의적 분식회계로 밝혀졌다. 검찰에 고발‧통보된 건은 총 33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5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됐으며 이중 기소건수는 89건으로 기소율은 57.4%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계속되는 분식회계를 막기 위해 관련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분식회계 사건이 조선과 건설등 수주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분야에서 회계감사제도에 대한 보완을 강조하고 있다. 공사진행률에 따라 매출이 잡히는 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공사 진행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내용이 뼈대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감사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위원회는 부실감사가 발생할 경우 회계법인의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외부 감사인 선임 권한을 회사 경영진이 아닌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을 뼈대로하는 부실감사 방지대책을 추진한다고 재차 밝혔다. 

◇乙이 甲을 감사한다고? 강한 乙을 만들자

저축은행 분식회계 논란이나 동양 사태 등이 이슈가 됐던 19대 국회에서는 이같은 감사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된 바 있다. 김태환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공인회계사법 일부 개정안의 경우 위법행위가 반복되는 회계법인의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서영교 의원이 발의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은 금융위가 추진하는 부실감사 방지대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19대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외감법이나 회계법인 관련법이 19대 국회에서 발의가 됐지만 전반기에 한 차례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후 법안 심사 우선 순위에서 밀리며 제대로 논의가 되지 못했다"라며 "대형 회계법인이 시장을 독과점하며 대기업들과 일종의 공모관계가 형성된 것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사 측은 제대로된 감사를 위해서는 감사인이 기업이 선임하는 '을(乙)'의 입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총희 청년회계사회 대표는 "회사가 감사인을 선임하는 구조에서는 회계사들이 감사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소신껏 말하기 힘들다"며 "회계 감사를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활동이라거나 규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상장회사 지정감사제 전면 실시해야…법안발의 고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사진=뉴스1


최근 금융당국이 부실감사 등이 반복될 경우 회계법인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회계법인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정감사제를 전면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한 채 의원은 21일 "본질적인 건 회계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일인데 변두리인 처벌 강화만 언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금융당국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외감법) 전부개정안을 추진해 이르면 9월 국회에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실감사시 회계법인의 대표이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업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감사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채 의원은 분식회계 등 회계비리는 일차적으로 회사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이 속이려 든다면 (회계법인에서) 그것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채 의원은 "회계감사자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회계법인도 회계감사 절차를 강화해서 꼼꼼하게 회계감사를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려면 회계법인이 (감사를 받는) 회사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이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회계법인의 경우 독립성이 훼손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서도 수차례 지적됐던대로 회사가 회계감사인을 선정하고, 회계법인이 회사로부터 보수를 받는 '자율수임제'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기업은 회계법인을 선택하는 '갑'(甲)이 되고 회계법인은 회사의 눈치를 보는 '을'(乙)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채 의원은 "회계법인 입장에서는 감사도 감사지만 용역 등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생각할 수 밖에 없고 3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여러가지 요구를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이같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지정감사제'를 전면 확대실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현재는 분식회계의 위험이 있다거나 특별히 관리될 필요가 있는 회사에 대해 부분적으로 지정감사제가 운영되고 있다.

채 의원은 상장회사나 금융회사 등 특수업종의 경우 의무적으로 지정감사제를 따르도록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인 시각에서 회계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정감사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외감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덤핑수주를 막기 위한 감사보수료 현실화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채 의원은 "지정감사제를 도입할 경우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며 감사보수도 이에 따라 올라갈 필요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하겠지만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권을 사고파는 이들은 결국 회계정보를 이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상장회사 거래주주들이 내는 증권거래세의 일부를 기금화해 감사지정을 할 때 각 기업에 보전을 해 주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제안했다.


"3년전 처리됐으면..." 번번이 무산된 분식회계·부실감사 방지법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용태 소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개정안 등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2015.11.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부실감사 회계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외감법 전면 개정작업에 나서는가 하면 정치권에서도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에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대에도 정부 및 의원발의 형태로 여러 법안들이 국회에 올라왔지만 회계업계의 로비와 반발 등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여기에 현 정부의 규제완화 분위기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13일 발표한 외감법 전면 개정안도 이미 정부가 지난 2013년 4월 발의한 ‘외감법 일부개정안’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이다.

당시 개정안에도 △상장사와 금융회사의 감사인 자격요건 강화 △회사의 감사인 직접선임 제한 △감사품질 관리강화 △감사인의 제무제표 작성지원 금지 등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들이 담겼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됐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당시 법안이 정무위에 상정됐지만 업계의 반발과 다른 이슈들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것으로 안다”며 “국회를 통과했다면 감사품질 제고 등 실효적인 관리감독이 가능했을 텐데 아쉽다”고 밝혔다.

입법 무산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새누리당 김태환 전 의원은 지난해 말 3회 이상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조치를 받은 회계법인의 경우 등록을 취소하는 이른바 ‘3진 아웃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정무위 상정조차 못된 채 자동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전 의원이 2014년 5월 발의한 외감법 개정안 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감사인 지정대상을 확대하고 감사품질관리수준을 평가해 공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였다. 이 법안에 대해선 금융당국도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논의가 흐지부지되면서 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보듯이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로 인한 경제적/사회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계법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도 회계업계보다는 경제·사회적 문제로 보고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 '회계법인 공중분해'·日 200억 과징금…우리나라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나르고 있다./사진=뉴스1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을 놓고 사실상 이를 방조한 회계법인에 대해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외부감사인으로서 회계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회계법인이 대규모 분식회계를 밝혀내지 못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법인을 파산시킬 정도로 엄하게 처벌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는 점도 회계법인의 자정노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가전제품업체 모뉴엘과 자회사 잘만테크에 대해 징계결정을 내렸다. 내려진 징계는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증권발행 1년 제한(모뉴엘), 전현직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검찰고발(잘만테크) 등이다.

잘만테크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다산회계법인도 징계를 받았다. 잘만테크에 대한 감사업무 제한 2년,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30% 등의 처분이 내려졌다. 담당 공인회계사들은 감사업무 제한 1~2년, 직무연수 6~8시간 등의 조치를 받았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법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회계처리 상 위법행위가 적발됐을 경우 이를 고의성의 유무, 과실의 정도 등을 종합판단해 △고의 △중과실 △과실 등 3단계로 나눠 처벌한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의 경우에도 고의성이 있었는지에 따라 사안의 중대함이 크게 달라진다. 금감원 감리결과조치양정기준에 따르면 회사와 임직원은 해당 위법행위가 중요도 1단계에 해당할 경우 고의성이 입증되면 과징금 또는 증권발행 제한 12월, 감사인지정 3년,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권고 등을 받는다. 중과실일 경우에는 과징금 또는 증권발행제한 8월, 감사인지정 2년의 제재를 받으며 과실로 결정나면 증권발행제한 4월, 감사인지정 2년을 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감사를 담당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도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과징금 부과,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0%, 당해 회사 감사업무제한 5년의 처분을 받는다. 과실일 경우에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30%, 당해회사 감사업무 제한 2년의 제재로 처분수위가 크게 낮아지게 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처벌수준이 우리나라보다 중하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 뿐 아니라 감사 책무를 맡은 회사법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식회계나 부실감사에 대한 과징금은 최대 20억원이 한도다. 2008년부터 공인회계사 및 감사법인에 대해 과징금제도를 운영하는 일본의 경우 고의성이 있을 경우엔 감사보수액의 1.5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단순과실일 경우에도 감사보수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형사처벌의 경우에도 미국이 최대 25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5년 이하의 징역형에 불과하다.

미국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사례로는 2002년 '엔론사태'가 가장 자주 언급된다. 2000년 매출 1110억 달러(약 127조7600억원)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손꼽혔던 에너지회사 엔론은 이듬해 분식회계를 통해 재무상태를 허위로 보고했던 사실이 밝혀지고 파산했다. 

엔론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주고 심지어 협력한 것으로 확인된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말 그대로 '공중분해'됐다. 미국 증권거래법상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범죄에 연루된 회계법인의 감사자료를 제출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서앤더슨은 회계면허를 반납하고 경쟁 회계법인에 회사를 분할매각해야 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알려진 '도시바 부정회계'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총 2248(약 2조2000억원)억엔 규모의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 적발된 것. 일본 금융청은 회사에 대해 73억7350만엔(약 737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다. 해당 기간동안 도시바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일본 최대 회계법인 신일본감사법인에 대해서도 총 21억엔(약 2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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