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자본확충펀드 한은 10조원 지원과정, 법적 근거 없어"

[the300]"자금조달 각 단계마다 법적·절차적 문제…한은, 정부 입김 휘둘린 결과"

배소진 기자 l 2016.06.26 20:15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스1


정부가 11조원 규모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자본확충펀드)를 구성하기로 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10조원 지원과정에서 법률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적근거가 없거나 한국은행 규정 등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은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 중 '자본확충펀드' 설립계획을 검토한 결과 한은법·은행법·중소기업은행법을 위반했거나 법률적 근거가 부족해 절차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은 정부가 지난 8일 관계기관 합동(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은이 10조원을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지원하는 구조는 복잡한 5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설립한 자본확충펀드가 10조원 규모의 신용증권(약속어음)을 발행한다. 신용보증기금은 이 신용증권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한은은 10조원 규모의 신용보증기금에 5000억원을 출연하게 된다.

이어 기업은행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은 신용증권을 매입한다. 한은은 기업은행으로부터 이를 다시 매입하는 방식으로 10조원을 기업은행에 대출해준다. 기업은행은 한은에서 대출받은 10조원을 다시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재대출하게 된다.

/사진=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16.6.8. 관계기관합동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 中



김 의원 측은 이 과정에서 각 단계별로 3가지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한은이 신용보증기금에 5000억원을 출연하도록 한 것이 한은법은 물론 기타 관련 법안에도 근거조문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대출이 아닌출연의 경우 한은법에 규정된 것이 없이 한은이 출연하는 대상기관의 관련 법률에 근거하는데 한은이 이에 따른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은행이 제출한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신용증권을 한은이 매입해 10조원을 기업은행에 대출하는 것 역시 한은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 대출 규정인 '금융기관대출세칙'에 따르면 한은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 관계에 있는 회사에 대출해주고 취득한 증권은 매입할 수 없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정부이며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의 모회사인 캠코 역시 최대주주가 정부다. 즉 기업은행과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이므로 규정상 한은이 해당 신용증권을 매입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은행이 한은으로부터 대출받은 10조원을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재대출하는 과정도 법률적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은 자신의 대주주나 대주주가 소유한 법인에 은행 자기자본 일정규모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 기업은행 역시 똑같은 법을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이 자본확충펀드 특수목적회사에 대출해줄 수 있는 한도는 자기자본 약 17조4000억원의 25%인 4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10조원을 대출해주는 것은 은행법을 위반하는 행위인 셈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은은 위 세 가지 항목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내놓은 자본확충펀드 자금조달의 각 단계마다 중대한 법률적, 절차적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한국은행이 10조원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데 법률적 근거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한은이 정부에 입김에 휘둘린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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