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불출마에 더 복잡해진 새누리 당권레이스

[the300]중량감 있는 후보들 불출마…친박계 "서청원 설득할 것"…전대 룰·개인 경쟁력 등 관건될 듯

우경희 기자 l 2016.07.06 11:55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8월 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오직 평의원으로서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저의 불출마를 계기로 더이상 당내에 계파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반목하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2016.7.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친박(친박근혜) 핵심 최경환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로 새누리당 당권 전망이 복잡해졌다. 각 진영은 득실 계산에 분주한 상황이다. 전당대회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어 예견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최 의원의 불출마로 친박-비박(비박근혜) 대립의 계파구도가 상당히 희석될 것이라는데는 해석이 일치한다.

당권의 향방과 관련해서는 일단 이름값 보다는 후보자 개인의 명확한 비전제시가 중요해졌다는게 중론이다. 경선 과정에서 내년 대선까지 당을 강하게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도 관건이다. 경선 룰을 논의할 6일 의원총회 분위기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개인경쟁력이 관건=
거물급 인사가 후보자 명단에서 빠지면서 출마를 저울질하던 인사들이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박계에서는 이주영, 이정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여기에 홍문종 의원도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에서는 김용태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이며 정병국 의원도 조만간 출마를 공식 선언할 전망이다.

계파 대결구도가 희석되고, 중량감 있는 후보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전당대회까지 약 한 달여 동안 누가 당을 이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당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더구나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정권재창출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당을 대선까지 이끌 강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이날 의원총회 분위기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구심을 잃은 상태가 된 친박계가 룰 사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단일지도체제 등 계파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들이 있다. 친박은 도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비박은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당권-대권 통합, 모바일투표 도입 등을 놓고 계파 간 입장이 엇갈린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16.7.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친박은 분산, 비박은 결집?=일단 최 의원의 불출마로 친박계는 복수 후보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주영 의원과 이정현 의원이 완주를 선언한 상황에서 홍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하고, 역시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원유철 의원 등도 레이스에 뛰어든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친박계 표 분산이 예상된다.

최 의원도 불출마 선언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먼저 몸을 불사를테니 오늘 이후로 제2 제3의 불빛들이 나와주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사분오열을 경계함은 물론 당 전체를 놓고 봐도 전당대회를 놓고 다시 이전투구가 벌어진다면 내년 대선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이 있을 것임을 일깨우는 발언이다.

반면 당내 소수인 비박계는 단일화 가능성이 살아있다.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용태 의원은 "당 혁신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옹졸하지 않겠다"는 말로 정병국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언제든 비박계 단일후보가 탄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김 의원과 정 의원이 비박의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할수 있느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두 사람 모두 소장파 이미지가 강해, 당 전체를 이끌 역량이 검정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경선 자체가 계파간 대결로 흐르지 않고, 친박 진영에서 색깔을 확실히 털어내는 후보가 있다면 일부 비박계 표가 분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 의원들이 5일 당내 최다선인 서청원 의원에게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한 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서 의원실에서 나오고 있다. 정갑윤·조원진·이장우·이우현·함진규 등 친박계 의원 10여명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 내 서 의원실을 찾아 서 의원에게 당대표 출마를 요청했으나 서 의원이 거부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6.7.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살아있는 서청원 변수=최 의원의 불출마로 패닉에 빠진 친박들은 서청원 의원 설득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서 의원 본인이 강하게 고사하고 있으며 이미 10년도 더 전에 당대표를 지냈던 경력을 감안하면 출마를 결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당의 위기'라는 명분이 힘을 얻을 경우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서 의원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친박계는 강력한 구심점을 얻게 되지만 전당대회는 '계파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박계는 반 친박 전선을 형성하며 강하게 결속할 것이며 당내 갈등이 어디까지 비화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 친박이면서 중도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이 서 의원으로 단일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크다.  

불출마를 선언한 최 의원에게서도 이런 불안감이 읽힌다. 그는 이날 불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서 의원을 만나 당대표 출마를 부탁했느냐"는 질문에 "그런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서 의원이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럴 일 없다"고 답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