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떨어진 금연효과 2년만에 '稅대결' 불붙나

[the300][런치리포트-세금폭탄된 담뱃세]①담배반출량 작년말부터 예년 90% 회복

배소진 기자 l 2016.08.03 05:31


2500원이던 담배 한 갑이 4500원이 된지 2년이 됐다. 담배에 붙는 세금이 대폭 오르면서 '서민증세'라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했던 정부는 국민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2년이 지난 현재 야권은 정부가 정책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4500원짜리 담배가 국회에 다시 한 번 '세금전쟁'을 불러오는 모습이다.

2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담배 반출량(소비량)은 17억9000만갑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6% 증가한 수치다. 통상 '금연' 계획을 세우는 상반기보다 하반기로 갈수록 담배소비량이 더 늘어나는 경향을 고려하면 올해 담배 소비량은 40억갑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반출량에 따른 추정 세수는 5조9347억원. 40억갑이 소비된다고 예측했을 경우 추정 담배세수는 1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걷힌 법인세 46조원의 30%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지난해 담배 반출량은 분명 감소했다. 2014년 44억8300만갑이던 담배 반출량은 지난해 31억8100만갑으로 줄어들었다. 월별 판매량의 경우에도 2014년 1월과 2015년 1월을 비교하면 각각 3억1400만갑과 1억5900만갑으로 절반 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올해 1월은 2억5900만갑으로 크게 늘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년의 90%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담뱃값을 올린 직후 담배 반출량이 줄어들었던 것은 담뱃값 인상을 발표한 직후 이어진 '사재기' 열풍에 의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가격정책이 금연효과를 낸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줄어든 판매량으로 인한 '착시'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저하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계한 결과 지난해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39.3%로 전년의 43.1%보다 3.8%p(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흡연율 집계가 이뤄진 1998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는 것.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등 흡연 억제정책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흡연율이 다시 40%대로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세수효과는 뚜렷이 확인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담배세수는 10조5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6조9372억원에 비해 3조5608억원(51.3%)이나 증가한 것으로, 이는 곧 담뱃값 인상을 통해 더 걷힌 세금을 뜻한다. 이 중 국세수입만 2조2000억원 규모다. 담배 반출량이 줄어든 규모를 세금 상승분이 상쇄해버린 것. '세수증대'가 정책목표였다면 초과달성했다는 얘기지만 정부가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라고 밝혔던 '금연'효과는 정작 사라지고 없는 셈이다.

야당은 흡연율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사실상 '서민증세'가 된 담배가격 인상을 놓고 정부여당을 몰아세우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담뱃세 인상 때 국민과 약속했던 금연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담뱃세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며 "담뱃세 인상은 세입 증대 목적이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시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올린 담뱃세를 다시 내려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담뱃세 인상에 대한 비판을 지렛대 삼아 대기업, 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더민주는 2일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대기업과 1억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체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담뱃세 인상으로 서민증세만 했다는 야당에 지적에 대해 "청소년 흡연률이 높아진 상황에 국민건강증진 차원에서 이뤄진 개정"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올해 초에도 기재부는 담뱃값 인상 효과로 예측보다 세수가 더 증가한 것에 대해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이 지연되는 등의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큰 대기업들이 내는 모든 법인세를 합쳐서 45조 원이다. 그런데 일반 담배 소비자들이 낸 세금이 13조 원까지 이른다고 하면 공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며 “전체 세수 구조에 대한 문제, 공평성, 경제활성화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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