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청문회, SK케미칼 질타…가해기업들 "출연기금 협조"

[the300]30일 가습기특위 청문회…"SK케미칼, 원료 독성 미리 알고도 제조·판매"

김세관 기자 l 2016.08.30 14:09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김철 SK케미칼 대표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틀째를 맞은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청문회에서는 살균제 주요 원료인 PHMG를 옥시에 공급하고 CMIT/MIT를 넣은 살균제를 제조·판매를 했으면서도 검찰 수사선상에 빠져 있는 SK케미칼이 집중 타깃이 됐다.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으로 의심을 받아 청문회에 출석한 기업들은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이 조성된다면 출연 등을 통해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도 전달했다.

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SK케미칼과 애경,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헨켈코리아 관계자들이 출석한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관련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중 SK케미칼이 특위 위원들의 집중 표적이 됐다.

SK케미칼은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가습기살균제 원료 PHMG를 개발해 CDI라는 화확제품 유통회사를 통해 옥시에 공급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5명(2명 사망)의 피해자가 나온 CMIT/MIT를 재료로 한 제품을 자제 제조·판매해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들로부터 사실상 참사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케미칼은 검찰 수사 선상에서 제외돼 있다. PHMG에 흡입독성이 있는지도 몰랐으며, 자사가 아닌 CDI가 옥시에 팔아 가습기살균제로 쓰이는지 알 수 없었다는 이유와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한 동물실험에서 CMIT/MIT의 흡입독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SK케미칼에게 면죄부를 준 것. 현재 환경부는 CMIT/MIT의 흡입독성을 입증하기 위해 새로운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명백하게 (CMIT/MIT가 들어간 SK케미칼) 제품을 쓰고 피해입은 사람(5명)이 존재하는데 SK케미칼은 정부 뒤에 숨어서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형사적 면책을 얻더라도 최대한의 피해구제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답변드리기가 어려운 부분"이라며 "최선의 피해자 대책이 뭔지 깊이 있게 고민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같은 당 정태옥 의원은 "PHMG와 CMIT/MIT를 모두 공급한 SK케미칼이 이런 저런 이유로 법적책임을 지기 싫다면 옥시처럼 다른 보상안이라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적대는 검찰 뒤에 숨어서 결론이 날때까지 고민만 하겠다는 것이 과연 대기업인 SK케미칼의 태도냐"고 지적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실상 PHMG와 CMIT/MIT는 SK케미칼로부터 시작됐음에도 정부조사를 보고 기다린다고 하는 게(피해보상을 하겠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그동안 정부가 기업 감싸주고, 친기업적 정책만 해주니 이번에도 (SK케미칼에) 유리하게 해줄 것이란 확신이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의원들의 질타는 자연스럽게 법적 책임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 가해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해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이 기업들의 출연기금 조성 의사를 물었다. 

김철 대표는 "국회나 정부가 틀을 마련해 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와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이갑수 이마트 대표, 정종표 홈플러스 부사장도 "협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기관보고를 통해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피해자 기금 출연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직접배상 대상과 거리가 있는 3, 4단계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구제 기화가 추후 국회와 정부 주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들의 유해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SK케미칼이 1991년 특허 낸 것을 보면 CMIT/MIT에 질산마그네슘 추가시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한다고 돼 있다"며 "이런 물질을 가지고 3년 뒤(1994년)에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로 만들어 판 것"이라고 말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SK케미칼이 1997년 작성한 PHMG의 MSDS(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독성이 '심한 자극성'이라고 표기돼 있지만 얼마뒤부터 '자극성 있음'으로만 표현이 됐다"며 "유해성이 더 약한 것처럼 보이게 바꿔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던 모기살충제 1위 브랜드 '홈키파' 제조업체 헨켈코리아에 대한 질타도 이날 이어졌다. 헨켈코리아는 2007년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하고도 판매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판매 사실이 밝혀졌다.

하 의원은 "(헨켈코리아는) 속된 말로 나쁜 짓을 해도 들키지만 않으면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 거 같다"며 "우리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교육을 해야 되느냐"고 말했다.

김천수 헨켈코리아 대표는 "고의적으로 누락하고자 의도된 바는 없었다"며 "제품이 판매된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