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공포 현실로, 내진설계 의무기준 강화 공론화되나

[the300]국회 기준강화 한 목소리..정종섭 "내진 관련 건축법 등 개정안 발의할 것"

우경희 기자 l 2016.09.17 09:59
정종섭 의원. 2016.5.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대 진도 5의 관측이래 최대 규모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해묵은 내진설계 의무기준 강화가 국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4일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축물을 리모델링할 경우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이전 건축물들에 대한 내진설계 보강을 강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조만간 이 내용을 포함한 건축법 및 지진화산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특히 공공시설물의 경우 관련부처가 예산을 적극 편성해 단계적 내진보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보고하는데 그치고 있다.

정 의원은 또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 형식(1층을 벽 없이 기둥만으로 구성하는 건축양식) 주거용 건축에 특별지진하중 적용을 의무화하고, 내진설계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인센티브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개정안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한국은 그간 사실상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 속에 내진설계에 대한 구체적 강제가 이뤄지지 않아 왔다. 1988년 내진설계 의무규정은 도입됐지만 적용 대상이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건축물로 제한됐다.

이후 1995년 6층 이상 또는 1만㎡ 이상으로, 2005년 이후 3층 이상 또는 1000㎡ 이상으로, 2015년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으로 기준이 점차 확대됐다. 올해는 정부 주도로 3층 기준을 2층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내진설계대상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율은 33.0%에 불과한 상황이다. 준공된 전체 건축물을 대상으로 보면 6.8%만 내진설계가 돼 있다. 강도 높은 지진이 도심지에서 일어날 경우 피해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내진대상 건축물 중 32.3%, 전체 단독주택의 3.4%만이 내진성능을 확보하고 있다. 학교는 23.2%, 의료시설은 50.7% 등으로 단독주택보다는 높지만 아쉬운 수준이다.

정 의원은 "주요 공공시설물 내진성능을 보면 더욱 심각한데 송유관 시설 5곳 중 단 한 곳도 내진성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철저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지진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다. 지진은 지난 12일 경북 경주 남남서쪽 8km 지점에서 규모 5.1과 5.8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으며 그 이후에도 여진이 잇따르고 있어 귀성길에 나선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016.9.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도 내진설계 공론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 무풍지대가 아닌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민간건축물의 낮은 내진확보비율만 봐도 지진대비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성곤 더민주 의원은 "국가가 관리하는 저수지 중 83%가 내진설계 및 보강을 하지 않아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가관리 농업용저수지 3379개 중 지진에 대비된 곳은 552개로 전체의 16%에 불과했다.

위 의원은 "내진설계 및 보강의무마저 방기하는 정부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저수지 안정강화를 위한 예산확보 등 특단의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진 발생 시 원자력발전소 대응방안 매뉴얼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현행 재난안전법에 보면 지진 등 재난분야 위기관리 매뉴얼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매뉴얼은 없다"며 "특히 원전 관련해서는 한수원에 지진 시 방사능 누출 매뉴얼이 있을 뿐 원안위 등 정부 차원의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지금껏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번 경주 강진으로 이 믿음이 깨졌다"며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는 물론, 각종 건물에 대한 체계적인 내진 설계 규정 마련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 역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최신기술 기준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기존 평가에서 배제된 활성단층까지 포함해 최대지진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며 "그 결과를 반영해 현재 6.5 이상인 내진설계의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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