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전속고발권 폐지, 중소기업에 피해 돌아간다

[the300]

김준범 한라대 교수(전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국장) l 2016.09.22 06:50
김준범 한라대 교수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제재 수단은 크게 과징금과 형벌 두 가지가 있다. 검찰은 과징금 부과 권한이 없으니 전속고발권 폐지론은 결국 형사처벌을 늘리자는 말이다. 형사처벌을 늘리는 것이 반시장행위 억지효과가 크다면 웬만한 부작용은 감수할 만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선 과징금과 형벌은 그 제재강도에서 차이가 크다. 공정위는 2014년에만 총 804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과징금은 건당 많게는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한다. 반면 형벌은 법상 최고 한도가 징역 3년 또는 벌금 2억 원에 불과하다.
실제 처벌 사례를 봐도 공정위가 고발한 사건들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없고 벌금액도 고작 1000만 원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검찰 스스로 무혐의 처리하거나 공소가 기각되는 경우도 꽤 많다. 고발에 미온적이라고 비판을 받는 공정위가 스스로 검찰에 고발할 정도라면 위법성이 중대한 사건일 텐데도 이 정도이니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 한들 더 강한 형사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형사처벌이 피해자들의 손해 복구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우선 법 위반이 확정되어야 하는데 형사사건은 그 특성상 유죄 확정이 공정위의 행정 조치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게다가 공정위는 법위반 확정 없이도 동의의결을 통해 기업 스스로 피해를 복구하게 할 수 있는데 형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것마저도 더 어려워진다.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달리 공정거래법 사건은 법 위반 여부가 극히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같은 것은 그 위법성 판단에 복잡한 경제적 분석이 필요하다. 똑같은 유형의 담합인데도 경제분석 결과에 따라 어떤 것은 적법, 어떤 것은 불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전문가들조차 사전에 판단하기 어려운 행위를 했다고 기업이나 그 임원을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형벌의 기본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일부 전속고발제 폐지 법안이 중요한 반시장적 범죄행위로 규정하는 M&A는 대부분 실행 전에 공정위의 심사를 받는데, 실행하지도 않은 인수합병의 ‘계획’을 범죄로 보아 형사처벌한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이런 이유로 사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과징금으로 제재하며 형벌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실제 처벌하는 예가 거의 없는 것이다.

반면에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실제 법리 사이에 이렇게 큰 괴리가 있기 때문에 전속고발제를 폐지한다면 남소의 위험은 상당히 크다. 남소 우려뿐이 아니다. 소소한 공정거래법 위반은 과징금 없이 시정조치만으로 위법이 확정되는 사례도 많은데 무엇이 불법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경우들까지 검찰에 불려가고 까딱 잘못해 전과자 딱지를 달게 될지 모른다면 기업활동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법 지식이 빈약한 작은 기업들은 억울하게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 효과는 미미한데 부작용은 이렇게 크다는 것이다. 불공정거래 억지 효과를 높이려면 차라리 공정위 조직과 기능을 보강해 행정제재를 강화하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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