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국회, 보수정권 첫 해임건의안 가결…朴대통령 부담↑

[the300]13년만에 통과…해임건의 무시된 전례 없어

지영호 김성휘 심재현 이상배 기자 l 2016.09.24 01:46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를 위해 차수변경을 선언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는 1일 1회의가 원칙이기 때문에 23일 자정이 넘어가면 차수를 변경해야 한다. 차수변경을 위해서는 본회의를 산회했다 개의해야 해 표결을 두고 여야간 법리해석 공방이 예상된다. 2016.9.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통털어 처음으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며 '여소야대'의 힘을 과시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부적격' 의견에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박근혜 대통령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회는 24일 새벽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총 170표 중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시켰다.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은 2013년 참여정부의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이래로 13년 만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한총련 시위의 책임을 물어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김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해임건의안을 수용했다. 2001년에도 한나라당은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가결시켜 사퇴시킨 바 있다.

이날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은 자유투표를 선택한 국민의당 소속 의원 다수가 찬성으로 기울면서다. 국민의당은 앞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 3당 공조 합의를 깨고 안건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 도중 가진 긴급의총에서 '청와대 및 새누리당 책임론'이 커졌다. 여야 협상을 통해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낼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부결시키는 조건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이나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처리를 위해 차수변경을 선언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는 1일 1회의가 원칙이기 때문에 23일 자정이 넘어가면 차수를 변경해야 한다. 차수변경을 위해서는 본회의를 산회했다 개의해야 해 표결을 두고 여야간 법리해석 공방이 예상된다.2016.9.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날부터 시작된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은 새누리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의 '시간끌기용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15분가량 끊지 않고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저녁 7시50분까지 정회 없이 질의가 계속되자 '국무위원의 저녁식사시간을 보장하라'며 정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밥을 이유로 의사진행을 방해한다며 필리밥스터, 김밥파동 등의 비판이 나왔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의 갈등은 마지막 주자인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 도중에 폭발했다. 자정을 몇분 앞두고 정 의장이 차수변경을 시도하면서다. 이어 자정을 끝으로 전날 의사일정을 종료시키고 이날 새 일정으로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상정시켰다.

이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비겁하고 정정당당하지 못했고 헌정사에 치욕적인 오점을 남겼다"며 정 의장에게 "야, 부끄러운줄 알아"라고 쏘아부쳤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의회 폭거, 일방 독재"라며 고성을 지르면서 본회의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정 의장이 표결을 강행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제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표결 후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국회 통과된 해임건의안이 무시된 전례가 없다"며 "(대통령께서) 그렇게 하신다면 '역시 변하지 않는구나' 국민의 실망이 더 커질 것이다. 기존 관례에 따라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김 장관을 유임시킬 것이란 관측이다. 해임건의의 근거가 직무상 문제가 아닌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는 점에서 해임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장관의 직무상 문제가 있다면 몰라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 때문에 장관을 해임할 수는 없다"며 "(참여정부 장관의 경우)직무와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에 당시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해임건의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수용불가 방침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박 대통령의 재신임과 무관하게 김 장관이 심리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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