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환노위 국감 뇌관…청년희망재단=미르재단?

[the300]활동 활발한 청년희망재단…설립 과정 의문 여전

김세관 기자 l 2016.10.02 13:46
박근혜 대통령이 1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청년희망재단을 방문해 청년구직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6.1.28/뉴스1

지난 9월26일 정부세정청사에서 진행된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야당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과 이기권 장관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이 청년희망재단 관련 서류제출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이 장관이 "민간재단에 대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지 법률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며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홍영표 환노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모금 과정이 최근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미르·K스포츠 재단과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청년희망재단은 환노위 국감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했다.

향후 진행될 환노위 종합감사에서도 청년희망재단은 환노위 국감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 10월7일 청년인재를 육성하고 일자리를 매칭시켜주는 사업을 위해 국무총리실이 나서 대대적으로 모금 캠페인을 벌인 청년희망기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비영리 민간재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금에 1호로 가입해 기부한 후 지금까지 12만명으로부터 1444억원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00억원 가까운 기금이 모아진 과정이 문제가 되고 있다. 1444억원 중 1000억원이 넘는 기금이 10대 기업 총수들이 개인자격으로 최대 200억원부터 수억원까지 재계 서열 순으로 낸 기부금으로 조성됐기 때문. 미르·K재단과 유사하다는 의혹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26일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줄줄이 모금에 동참했다. 정부 강압은 없었는지 장관이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더욱이 민간재단인 청년희망재단 설립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직원들과 정부 산하기관 직원들이 정관 작성부터 사업개발, 펀드 모금 등 설립과 운영의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문이 야당 의원들에 의해 국감장에서 공개되는 등 불법적인 요소도 감지되고 있다. 청년희망재단과 미르·K스포츠재단과의 유사성을 확인하려는 야권의 의혹제기가 국감에서 계속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그러나 청년희망재단의 기금 모금 과정이 미르재단 등과 유사하다고 해서 같은 수준의 혐의까지 둘 수는 없다는 야당 내 일부 분석도 있다. 

수백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고도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몰랐던 미르·K스포츠재단과 재단설립 목적에 맞게 청년 창업 및 일자리 지원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인 청년희망재단을 같은 선상에 두고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26일 환노위 국감에서 신창현 더민주 의원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안 봤으면 (청년희망재단에 대해서도) 걱정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민간재단설립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대통령이 1호로 기부를 하는 등 관심을 갖다보니 과잉충성을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자는 "청년희망재단의 취지와 설립 당시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의문점이 다 해소되는 건 아니다"라며 "청년희망재단이 하는 일은 고용노동부가 해야 하는 일이고, 지금도 하는 일이다. 왜 수백억씩 기업들로부터 받아 굳이 재단까지 설립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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