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이의수용에 전관예우? 정재찬 "제가 있는 한 용납 안해"

[the300]정무위국감, 野 "대기업 공익재단, 지배력 강화에 쓰여"

김성휘 기자, 정진우 기자 l 2016.10.11 13:29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2016.10.11/머니투데이 김성휘


11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열고 삼성 등 대기업 그룹의 공익재단이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당국의 관리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날 국감에선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후 이의신청에 따른 경감 등 전관예우가 작용할 가능성과 공정위 직원들의 주식보유 실상도 도마에 올랐다.

박용진 더민주 의원은 "(대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공익법인을 동원한다"며 "공익법인이 시장 공정성을 해치는 역할을 하면 공정위가 의견을 내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제한 등 관련법 개정에도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의원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자신이 이사장인 공익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우회 확보했다며 이 부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과거 상속세 줄이기로 공익법인을 이용하더니, 지금은 자금조달까지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 사망 후 지분을 인하학원 정석학원 일우재단에 증여, 상속세를 줄여 오너 일가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양현재단에 주식을 증여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공익법인에 대한 감독 권한 역시 공정위에 있다"고 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익재단의 계열사 주식 매입에 "긍정적인 것(측면)과 부정적인 게 있으니 더 살펴봐야 한다"며 "(법 개정으로) 공익법인이 갖고 있는 업무도 제한되면 곤란하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은 "공익 법인의 어떤 계열사가 주식으로 출연하고 출자하는 게 있는데, (법을 고쳐) 주식으로 안하고 현금만 된다는 식으로 되면 공익 사업의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출신 관료들의 로펌행도 지적됐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년 청와대에 파견나갔다가 문제를 일으켜 퇴직하고 로펌에 간 공정위 출신 관료가 있다"며 해당 로펌이 이 인사를 영입한 뒤 과징금 이의신청을 대리해 과징금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담합 등 부당·불공정 행위에 과징금 처분을 내리고도 이의 신청을 수용한 비율이 해마다 늘어 3년 반동안 경감한 과징금이 83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직원들이 상장 주식을 보유하는 데에 "시가로 3000만원 이하만 소유 가능해 재산증식 효과도 없으면서 국민이 보기에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재찬 위원장은 특정인사의 로펌행과 해당 로펌의 이의신청 인용 증가는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제기한 로펌의 경우 매출액 산정이 잘못돼 검토해달라는 이의신청이 반영된 결과라며 "제가 위원장으로 있는 한 결단코 (공정위 출신 로펌 인사의 전관예우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주식 보유 지적에는 "5급 이하 직원들에 대해 주식보유 신고의무라든가 규제방안을 검토하겠다"며 "4급 이상은 공직자 윤리법에 의해 재산등록 과정에 다 검토를 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여야는 이밖에 휴대전화 유심(USIM) 칩 담합 의혹에 조사를 요구하고(새누리당 지상욱), LG유플러스의 휴대전화 '다단계' 판매가 공정거래법 위반일 수 있다는 의혹(더민주 김영주), 대부업체들의 금리 담합 의혹(더민주 정재호), 박근혜 대통령의 친가·외가 가족기업이 각각 '원샷법' 수혜를 입은 점(국민의당 김관영) 등을 제기하며 공정위를 추궁했다.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위반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을 두고서는 여당 내부에도 입장차가 있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지역의 소상공인이 공정위 문턱을 높게 느낄 수 있다며 고발요청권, 조정권 등을 광역단체장에게도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감사원,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권한이 있지만 실제 고발요청권 행사는 미미하다.

반면 같은 당 김성원 의원은 전속고발권 폐지시 "검찰 칼을 빌려 대기업 횡포를 막겠다는 선의도 있지만 반대로 소송 대란 등 결과가 엉뚱하게 흘러 중소기업을 경제민주화의 희생양으로 삼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재찬 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나 고발요청권 확대시 법적 대응 여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도리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공정위 권한) 개방의 효율성은 있겠으나 자치단체별 다른 결론이 나면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 위원장은 한편 미국 헤지펀드 엘리엣의 삼성전자 분할과 배당 요구 논란 관련, "삼성과 엘리엇의 로또 자본주의를 위해 국민경제가 희생돼도 되느냐"는 민병두 의원 질문에 "저도 그 지적은 공감한다"고 답했다. 또 "필요하다면 법 개정을 해야 된다"면서도 "다만 엘리엇의 속내는 알 수 없어 단정은 위험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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