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도 비박도 "국기문란" 격앙…하태경 김용태 "특검하라"

[the300]남경필 "국정조사 실시해야" 하태경 "국회차원 특검·우병우 사퇴"

배소진 기자 l 2016.10.25 08:48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손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뉴스1


'비선실세'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다는 보도에 야당이 한 목소리로 '국기뭄란'이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깊은 침묵에 빠진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4일밤 구두논평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가 공적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게 아니라 측근 비선 실세들의 농단에 의해 운영된다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며 "의혹을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늪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 대변인은 "이런 부분을 가리고 감춰서 개인 비리로만,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만 그칠 게 아니라 국민들이 의혹을 품고 있고 언론이 문제제기한 모든 문제들에 대해 검찰에서 투명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지난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을 일축한 데 대해서도 "명백한 위증"이라고 질타했다. 기 대변인은 "이 비서실장은 사실을 모르고 답변했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이 역시 청와대가 공적인 시스템을 이용해 굴러가는 게 아니라 비선 실세에 의해 완벽히 장악돼 농락 당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라고도 주장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역시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비선실세의 국기문란 행위"라며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돼 온 최씨의 국정농단과 그 실체가 현실로 드러났다. 대통령께서 해명해 주셔야 한다"고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여권잠룡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과 협력해 빠른 시일 안에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최 씨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국기문란"이라고 개탄했다.

남 지사는 "봉건시대에서도 일어날 수 없다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이런 참담한 현실 앞에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그 보도내용이 사실인지 밝혀야 한다. 먼저 대통령이 밝혀야 한다. 국민 앞에 역사 앞에 두려운 마음으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새누리당도 이 일을 덮는데 급급해서는 안된다. 진실규명에 전력을 다 해야 한다"며 "진실이 모두 밝혀질 때까지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순실은 비선실세이며 국정을 농단해왔다는 것이 사실상 입증된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특검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주장했다. 같은당 김용태 의원도 특검주장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보도 직후부터 모든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아무런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다양한 경로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며 "파악한 뒤 알릴 것이 있으면 말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앞서 JTBC는 최순실씨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씨가 청와대의 대통령 연설문 44개를 공식 발표 전에 미리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가 미리 받아본 연설문 중에는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을 반영했다는 '드레스덴 연설문'은 물론 허태열 비서실장 교체 문제가 담긴 '국무회의 말씀' 자료까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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