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담화 암초 만난 탄핵…고민 깊은 여 비주류

[the300]야 3당은 탄핵 모면 꼼수로 규정, 탄핵 강행…여 비주류 이탈 규모에 탄핵 성패 달려

진상현 우경희 기자 l 2016.11.29 17:36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박계 의원들과 회동을 마친 뒤 의총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6.11.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야권과 여당 비주류 의원들이 중심이 돼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절차가 큰 암초를 만났다. 박 대통령이 29일 대국민담화에서 국회에 자신의 진퇴 문제를 맡기겠다고 밝히면서다. 하야 의향을 밝힌 것이기도 하지만 국회의 후속 절차 합의를 전제로 한 것으로 사퇴를 원하는 민심을 완전히 수용한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야3당은 흔들림없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탄핵에 동조했던 새누리당 비주류 중 이탈자들이 나올 수 있어서 탄핵안 처리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야권을 중심으로 이르면 오는 2일 박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전날 각 당에서 자체 탄핵소추안 초안을 만들고 이날 단일안을 조율하는 등 비교적 일사분란하게 절차를 진행해왔다. 가결에 필요한 재적의원의 3분의2인 200명 찬성을 확보하는데도 크게 무리가 없어보였다. 야당과 무소속을 합친 171명에 새누리당 비주류에서 40명, 많게는 60명까지 찬성표가 확보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가 판을 크게 흔들어놨다. 야 3당은 “탄핵을 모면하려는 시간 끌기”라며 탄핵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새누리당 비주류들은 적잖이 고민하는 모습이다.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질서있는 퇴진’에 대한 논의도 어느정도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논리가 득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담화 후 비주류 인사들은 탄핵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표는 담화 후 가진 비주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의총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결론을 유보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나경원 의원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일단 여야가 합의하는 것을 좀 지켜봐야하지 않겠나"라고 즉각적인 탄핵 돌입 입장에서 한발 멈춰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늘 오후 4시에 새누리당에서 지정해준 두 분의 의원과 우리 국민의당 김관영 추진단장,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추진단장이 탄핵소추안을 합의하기로 했었는데 상황이 바뀌어 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저도 비박계 몇 분들과 통화를 했지만, 탄핵에 대해서 낙관하기가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이날 담화를 계기로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똘똘 뭉치는 모습이다.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의총에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서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 결단을 국가안정과 국가발전으로 승화시킬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이 추진하고 있는 이르면 12월2일, 늦어도 12월9일 표결 일정에 응하는 대신 박 대통령의 퇴진 절차를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얘기다.

일찌감치 탄핵 보다 임기 단축을 포함하는 개헌으로 국가적 위기를 돌파하자고 설파해왔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박 대표의 담화를 계기로 목소리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발언에서 “질서있는 퇴진, 질서있는 국정수습은 우리가 의견을 같이 해왔던 일관된 정국 수습책”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들 입장에선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 절차에 불참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자칫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가결의 열쇠를 쥐고 있던 비주류들이 역풍을 온전히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개혁이 어려워졌다며 앞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따로 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비주류들이 탄핵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해선 지금 시간이 없다. 시간이 금"이라며 "새누리당은 역사적 소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의원들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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