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탄핵 대응논리…"몰랐다" "미르는 국정의 1%미만"

[the300]"중대한 법위반 아냐"…탄핵소추 절차 자체에도 문제제기

배소진 기자 l 2016.12.18 17:24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단 및 대리인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12.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 탄핵심판 소추위원단과 소추위원 대리인단이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를 18일 공개했다. 공개된 답변서에서는 이미 알려진대로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탄핵소추 절차의 문제점으로 들었으며 증거가 있다 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법 위반은 없다고 반박했다.

국회 탄핵심판 소추위원단과 소추위원 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첫번째 연석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탄핵소추위원단은 총 9명으로, 권성동(간사)·장제원·윤한홍 새누리당 의원, 박범계(간사)·이춘석·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간사)·손금주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소추위원 대리인단은 총 15명~20명 수준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인들이 선임될 예정이다.

◇객관적 증거 없다·최순실 사익추구 몰랐다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날 공개된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 측은 국회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된 모든 내용에 대해 "기재된 헌법·법률 위배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조목조목 전면부인했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의결서에 첨부된 '증거'라고 할 만한 것들이 공소장과 언론보도 밖에 없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대리인 측은 "헌법상 무죄추청의 원칙에 따라 검사의 의견을 적은 것에 불과한 공소장과 질풍노도의 시기에 무분별하게 남발된 언론의 폭로성 의혹제기 기사 뿐이고 명확하게 소추 사유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 등의 혐의와 박 대통령을 철저하게 분리시키고자 했다. 최씨 등이 박 대통령 몰래 사익을 추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결코 알지 못했으므로 '공범'으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재단 관련 뇌물수수죄 정립 여부에 대해 "정상적인 국정수행의 일환으로 추진된 공익사업"이라며 "박 대통령은 사익을 추구할 목적이 없었고 최순실의 범죄를 알면서 공모했거나 예측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KD코퍼레이션의 현대차 납품 관련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등의 제3자뇌물수수죄 의혹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각종 공식행사나 회의, 사석에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으면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기 위해 도와주라는 지시를 해왔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최순실과 어떤 관련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최순실 등이 국가정책 및 고위 공직 인사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도 없지만 그 과정에서 최순실이 사익을 추구했더라도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 없고,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최씨의 의견을 잘못 들었다는 결과적 책임에 대해서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일 뿐 법적 탄핵 사유는 될 수 없다"고 했다. 또 "공무원들이 최순실 등에게 사업적 특혜를 제공했다 할지라도 이는 개인 비리에 불과하고 박 대통령은 그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을 놓고 "국정 전체의 극히 일부분(대통령의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한다면 1% 미만)"이라는 부연설명도 달았다.

답변서 내내 박 대통령 측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역대 대통령 측근 비리와 다를 게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탄핵소추의결서의 논리라면 측근비리가 발생한 역대 정권 대통령은 모두 탄핵 대상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며 "국정수행 과정에서 지인의 의견을 들었다고 해도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일이고 역대 대통령도 같은 방식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재단설립에 대해서도 "과거 정부에도 있었던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측 탄핵 심판 법률대리인단인 손범규·채명성·이중환 변호사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 뒤 기자회견을 위해 브리핑룸으로 향하고 있다. 답변서에는 국회의 탄핵 결정이 부당하며 본인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것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2016.12.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증거있어도 중대한 법 위반 아냐…세월호7시간 '정상근무'
논란이 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에서 정상근무 하면서 해경, 안보실 등 유관기관 등을 통해 피해자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등 국가기관의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은 "사고 당시 국가기관의 대응 체계가 미흡했다고 평가되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헌재는 대통령의 정책결정상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의 사유가 없다고 주장함과 동시에 설혹 인정할만한 증거가 있다 해도 파면에 이를만큼 중대한 법률위반이 없다고 주장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기각 결정문에서 규정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 및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결정문에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행위'로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 등이 규정돼 있다.

탄핵소추 절차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뤄졌다. 국회법상 '가능'하도록 규정된 '법제사법위원회' 조사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절차적 정당성을 현저히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죄추정의 원칙, 연좌제 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지율이 낮다거나 촛불집회 등으로 탄핵의사가 분명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탄핵소추심판을 연기하려는 전략도 엿보였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 탄핵결정이 형사재판 1심, 2심 및 대법원 재판결과와 상충된다면 권위에 큰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며 "형사1심 재판 과정을 잘 살펴보면서 사실심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법상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된 조항을 내세웠다.

한편 특검팀은 이 답변서를 박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에 대해 해명하는 내용으로 보고 참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답변서를 검토하지는 못했다"며 "답변서를 확인한 후 수사과정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 탄핵심판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의 이같은 답변서에 대해 늦어도 오는 22일까지는 '반박 의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를 공개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요지. 2016.12.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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