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최순실은 '키친캐비닛', 연설문 의견 물을 수 있다"

[the300]朴 대통령 답변서 "국민 눈높이 위해 의견청취한 것 뿐"

배소진 기자 l 2016.12.18 18:00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핵심판소추위원단·대리인단 첫 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를 공개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탄핵심판 답변서 요지. 2016.12.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이 유출된 것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통일대박론'을 처음 천명한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 등을 포함해 수십건의 연설문을 최씨가 미리 받아봤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심판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최씨를 속칭 '키친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 지칭, 연설문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것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공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18일 국회 탄핵심판소추위원단과 소추위원 대리인단이 공개한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관련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 측은 "연설문 이외의 문건들은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순실에게 전달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로를 알지 못한다"며 탄핵소추 사유를 전부 부인했다.

그러면서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속칭 '키친 캐비닛'이라고 한다. 피청구인이 최순실의 의견을 들은 것도 같은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직업 관료나 언론인 기준으로 작성된 문구들을 국민들이 보다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부 표현에 관해 의견을 청취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키친캐비닛'은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아 격의없이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지인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대통령과 사적 이해나 정치 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 여론을 전달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엌내각', '사설고문단' 등으로 번역되며 '내각 중의 내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 대통령 측은 "실제 유출된 연설문은 선언적, 추상적 내용이고 발표 1~2일 전 단순히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주변 지인의 의견을 들어본 것이어서 '누설'로 보기 어렵다"고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를 부인했다.

또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시야가 제한돼 있는 직업공무원들로 이뤄진 보고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국민,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정치의 한 방법으로 동서고금 널리 인정돼 왔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대통령 등 최고권력자의 친인척, 지인들이 최고권력자의 권위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취해 왔던 사례는 역사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의 친척들도 이런 문제를 야기했지만 누구도 이런 문제로 탄핵당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춰본다면 탄핵소추는 형평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당시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당시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 등을 거론하며 "전임 대통령들도 공적 경로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에 관한 의견, 민원 등을 청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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