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 내려두고 호남품기 안희정, 동행해보니…

[the300][안희정 시프트]④ '2002년 노무현, 2017년 안희정' 콘셉트로 인기몰이 나서…문재인 관련 발언 자제하며 경선준비 돌입

목포(전남)·광주=김유진 기자 l 2017.02.12 16:34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11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한 카페에서 열린 지지자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어린이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사진=뉴스1


"확실히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어요. 전에 방문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11~12일 전남 목포와 광주를 방문하며 ‘호남 공략’에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관계자의 말이다. 호남에서 느끼는 ‘안희정 시프트(shift)’다. 안 지사측에게 호남의 의미는 남다르다. 호남은 ‘야권의 심장부’다. 이곳의 지지 없이 대권을 꿈꾸기 힘들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썼던 ‘역전 드라마’의 출발지도 호남이다.

 

안 지사의 호남 행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한 존경의 표시로 시작됐다. 11일 목포의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은 안 지사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즉문즉답에선 '목포의 눈물'을 열창한 뒤 "김대중 정신을 이어받아 자치분권 국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광주로 이동한 안 지사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6시 금남로에서 열린 시국집회에 참석한 안 지사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연설을 들으며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을 훔쳤다. 연설 이후 찾아온 유가족에겐 "울지 마시고 건강을 잘 챙겨라. 힘을 내자"고 전했다. 

 

12일엔 국립 5.18 민주묘지와 5.18 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을 방문하며 5.18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안 지사는 "고등학교 1학년때 5.18 관련해 전두환 정권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제적당했다"며 "그 이후 혁명가의 길로 들어서 단 한 순간도 다른 길을 걸어본 적이 없다"고 자신과 5.18 민주화운동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정의를 위한 길, 인간을 위한 상식을 지켜야 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수고해야 한다는 정신이 계속되는 인생을 살아왔다"며 "내 출발지가 광주 정신이며, 그런 의미에서 광주 학살을 비롯한 모든 현대사회의 굴곡진 아픔의 역사를 묻고 덮어둬선 해결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호남 시민들의 관심도 적잖다. 안 지사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시민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거나 "안희정 화이팅"이라며 응원을 전했다. 2030세대 젊은이부터 노년층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안 지사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았다. 박지원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국민의당 지도부도 같은 촛불집회에 참석했지만 관심은 안 지사에게 쏠렸다. 

 

이전까지는 안 지사에 대해 잘 몰랐지만 최근 지지도가 19%까지 오르며 눈여겨보게 됐다는 게 호남의 분위기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나모씨(50)는 "안 지사가 언론과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고, 무엇보다 토론회에서 소신있는 발언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다르게 보는 시선도 있다. 참여정부가 호남 인사를 소외시켰다는 이유로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남아있는 것과 달리 참여정부에 참여하지 않은 안 지사에겐 오히려 호감의 이미지가 강하다. 최모씨(55)는 "안 지사를 잘 몰랐지만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대선후보로 보이기에 지켜보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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