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어떻게 놀아주나요?

[the300]워킹맘 좌충우돌(3) 육아정책연구소 이윤진

이윤진 사회복지학 박사(육아정책연구소) l 2017.07.11 12:00
모유수유가 끝났을 때 한 고비를 넘긴 줄 알았다. 그리고 아이가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말을 하고 의사표현을 시작하고 용변을 가리면서부터는 다 키운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같아서는 “육아는 이제 시작” 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고백하자면 아이의 교육에 대해 무딘 편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도 내 아이를 ‘교육’ 시켜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그저 친구들과 동네에서 뛰어놀기만해도 즐거웠고 놀이도 무척이나 다양했다. '뭘 하고 놀지?' 가 고민인 하루하루였다. 그리고 엄마가 세상 최고 친구였다. 엄마면 다 됐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2017년을 살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은 예전의 나와 많이 다른 환경에 둘러쌓여 있다. 

얼마 전에 동네 또래 친구 엄마의 말에 머리가 잠시 멍해졌다. “주말에 XX이 아무것도 안해요?, 아유 그 긴 시간동안 집에서 뭘 해요?” 아이를 교육한다는 거창한 생각보다는 내 아이에게 뭘 더 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주말을 어떻게 더 보람차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사교육의 덫을 만들고 있었다. 평소 아이와 하루를 온전히 보내지 못하는데 대한 보상심리, 그리고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에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려는 마음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다. 

문화센터, 사고력학원, 논리학원 등 가정 밖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세계가 무척 다양함을 알게 됐다. 백일 무렵부터 두뇌개발을 시키는 고가의 학원이 강남에 성업중인데 대기를 미리 걸어놓지 않으면 들어가지 못할 정도라는 얘기도 들린다.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말타기로도 행복했던 우리의 어린 날과는 분명 다른 세상이다. 언제부터 이런 생활을 생후 약 12개월밖에 안 된 아이들이 경험하게 되었을까. 집에서 하는 놀이로는 부족한 것일까. 정보의 홍수 속에, 장난감의 무궁무진함 속에 우리 아이들은 뭘 취사선택하며 놀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물질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노는 방법을 정하는 법, 그리고 그걸 보고 함께 놀이를 해주는 방법을 아이와 부모 모두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가구소득이 증가할수록 사교육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6년 육아문화인식조사’를 통해 자녀의 돌봄비용 및 어린이집·유치원 비용이 가계소비의 약 31%를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특히 유아의 경우 이 돌봄비용 중 사교육비가 27.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교육과 보육이라는 공보육 매커니즘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영유아기 교육의 격차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빈곤의 대물림은 벗어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 사교육에 내몰리는 이유가 ‘어떻게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지 몰라서’ 라면 보육의 공공화라는 큰 틀 안에서라도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모든 부모들은 내 육아 방식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육아서를 펼친다. 남의 육아 방식이 궁금할 때 인터넷을 뒤져보며, 정보를 습득한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방법’ 에 대한 부모 교육이 보육의 공공화 아래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정보접근성의 격차나 습득력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가의 지원 확대다. 재정지원을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필요한 곳에 공공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모든 부모가 아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인프라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육아종합지원센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종합적이고 다양하고 사회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 육아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변하는 사회 환경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사교육의 힘을 빌리는 엄마들, 아이를 어찌 다룰지 몰라 외부로 눈을 돌리는 부모들을 위한 공공 프로그램이 시급하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걸 그저 구경하는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우상이 되는 지경이다. 아이를 이해하는 법, 같이 노는 방법을 가르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가정 내에서 아이와 부모가 마음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에 국가가 도움을 준다면 다양한 사교육 관련 정보를 찾는 시간에 아이와 책 한 권을 더 읽을 수 있다. 

영유아기 경험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이 된다. 관건은 교육의 주체가 부모가 되는 것이다. 국가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보육의 공공화는 단순히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보육료 지원 확대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서투른 부모들을 돕는 역할 또한 국가가 해야 한다. 물론 국가가 이를 완전히 방기하고 있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서민들이 그 효과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면 그 제도는 더 강화하는게 마땅하다.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