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어린이날 명랑운동회와 대통령의 '디테일'

[the300]文 취임1년, '초심'은 남은 4년에도…

김성휘 기자 l 2018.05.11 07:57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2018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박 터뜨리기를 하고 있다. 2018.05.05.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2018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박 터뜨리기를 하고 있다. 2018.05.05.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2018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박 터뜨리기를 하고 있다. 2018.05.05. photo1006@newsis.com


어린이날, 김정숙 여사의 승부욕만 본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열었다. 어린이들은 문 대통령의 청팀, 김 여사의 홍팀으로 박터뜨리기를 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대로 사람좋은 '허허 할아버지' 표정이었는데 김 여사는 달랐다. 앙다문 입. 힘차게 콩주머니를 뿌리는 손.

역시나 붉은 박이 먼저 열려 홍팀이 이겼다. 청팀의 한 여자 어린이는 진 게 분했던지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문 대통령이 안아주고 달랬다. 그 모습까지 어린이날 추억으로 남았다. "울던 아이조차 어찌나 예쁘던지…" 참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그때를 떠올리며 웃었다.

행사의 비하인드는 이제부터다. 참모, 장관들을 포함 280여명이 함께 했는데 그 대부분인 어린이들은 도서·벽지·접경 지역에서 골고루 왔다. 청와대는 행여 장관 자녀, 고위공직자 자녀가 있을지 각별히 살폈다. 대상 선정은 각 시도 교육청이 맡았는데 바로 이 점도 체크리스트에 있었다고 한다.

공무원 자녀라고 특권층일까. 아니다. 반드시 배제해야 옳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장차관이, 다른 청와대 관계자의 자녀가 초청대상에 올랐다면 분명 뒷말을 낳았을 것이다. 행사의 취지가 그랬다. 

문재인정부는 10일 출범 1년을 맞았다. 공정과 정의, 공개와 투명성... 문 대통령과 정부를 규정하는 여러 수식어가 넘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겸손, 진실, 지혜, 용기를 다짐했다.

기자는 '디테일'을 본다. 어린이날 참석자에, 대통령의 연차휴가 소진에, 남북정상회담 식사메뉴에 대통령의 관심과 디테일이 살아 있다. 대통령이, 국정 책임자가 너무 좁쌀같은 데만 몰두하는 것도 문제다. '만기친람'은 흔히 주변의 피로감을 낳는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문재인정부는 좀 다르다. 국민은 이걸 과잉으로 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본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초심'이 있기에 가능하다. 현미경 보듯 하는 깨알 정책도 국민의 생각을 놓치지 않기 때문에 지지와 공감을 받는다. 반대로 국민정서와 여론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주저없이 좌표를 바꾼다. '본관'과 '여민관'에 갇힌 게 아니라 국민의 삶과 눈높이를 잊지 않는 현장감이 있다. 이 때 디테일은 장점, 경쟁력이 된다. 참모들도 자연히 디테일에 강하다.

뒤집어 말하면 문재인정부에서 초심과 디테일이 약해지는 순간이 바로 위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이거나 '지지율이 이만큼 높은데 뭘' 할 때다.

문 대통령은 취임 1년 메시지에서 "국민이 문재인 정부를 세웠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광장의 소리를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 삶으로 보면, 여전히 그 세상이 그 세상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분명히 달라지고 있고,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1년이었길 진정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날 그 자세를 남은 4년간 지켜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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