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뉴욕 이어달리기' 종료..'빈 협상' 모멘텀 지속

[the300]'속임수' 아닌 北 행동 vs 美 상응조치간 힘겨루기가 관건

김성휘 기자 l 2018.09.30 16:35
【뉴욕=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 허버드룸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9.24. pak713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남북미 3국의 유엔총회 연설이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현지시간 25일) 문재인 대통령(26일)에 이어 북한에선 리용호 외무상(29일)이 제73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간 연설을 했다. 마치 이어달리기 같았다. 한미 정상과 북한 외교라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며칠 간격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셋 중 마지막인 리 외무상 연설은 핵심이 '신뢰'였다. 그는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최근 북남관계에서 나타난 급속한 개선과 협력의 분위기는 신뢰 조성이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미의 612 싱가포르 센토사 합의에 대해 "조미공동성명이 원만히 이행되려면 수십 년간의 쌓여온 조미 불신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했다. 

리 외무상은 "(북한은) 핵시험과 대륙간 로켓 시험을 중지하고 중대한 조치들을 취했으며, 지금도 신뢰 조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하는 화답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불신해소와 신뢰구축을 강조한 건 언뜻 미국에 적대적인 것 같지만 다르게도 해석할 수 있다. 대화를 위한 기싸움이다. 

자신들이 미국에 '신뢰'를 주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미국에 호소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록 문재인 대통령을 통했지만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미국 정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말한 것과 같은 얘기다.

3국의 유엔 이어달리기는 18~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부터 이어진 흐름이다. 24일 뉴욕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대화 재가동이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추가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서울=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6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매우 긍정적인 만남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출처:폼페이오 트위터> 2018.09.27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회담한 후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not too distant future)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실무작업을 준비중이다. 근시일 내에 구체적 장소 등이 발표될 것"이라 말했다. 25일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도 전향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단에서 "많은 나라의 지지 속에,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 꼭 1년 전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로켓맨"이라고 '말폭탄'을 날렸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번엔 "미사일과 로켓은 이제 어느 방향으로도 날지 않고, 핵실험은 중단되고, 군사시설은 해체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용기와 행동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26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 또한 26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 주어야 한다"고 미국 등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이 같은 유엔총회 릴레이 연설은 북미 대화엔진을 재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뉴욕 이니셔티브, 또는 유엔 모멘텀으로 부를 만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을 분주히 오가며 이 모멘텀을 만들었다. 끝난 건 아니다. 중간 매듭은 다시 새 매듭으로 이어진다.

북미는 이르면 이번 주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서 본격적인 비핵화 실무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네 번째 평양 방문도 앞두고 있다. 남·북·미 실무진은 3국 정상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디테일'을 확인해야 한다. 

1차 관건은 "상응조치를 통해 신뢰를 확인해 달라"는 북한의 대미 요구와 기대가 얼만큼 충족될지다. 물론 북한이 미국에 내줄 비핵화의 시간표와 그 수준이 연동된 문제여서 북한의 태도도 중요하다. 리용호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을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면서도 대북 제재 유지방침을 말했다.
【유엔=신화/뉴시스】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만나 나란히 서있다. 2018.09.28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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