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도 비관도 없는 노딜 하노이…文 움직인다

[the300][런치리포트-하노이 리뷰]북미 상호 자극않는 국면, 靑 "정확한 진단 먼저"..4일 NSC 전체회의

김성휘 기자 l 2019.03.03 16:59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월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사진=김창현(베트남 하노이)

문재인 대통령이 4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 및 대응방안을 점검한다. 

한반도 질서의 분수령으로 여겼던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났다. 협상 이후 북미의 자세는 낙관도, 비관도 허용하지 않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중재노력도 한층 더 요구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오후 NSC 전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에게서 각 부처별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3일 밝혔다.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주재는 지난해 6월14일 이후 9개월만이다. 당시에도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회의를 열었다. 

하노이에서 다시 연 북미 정상회담은 예상밖 '노딜'로 끝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폐기로 핵심 대북제재의 해제를 노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영변 외 다른 시설도 알고있다며 '딜'에 응하지 않았다. 

66시간을 달린 북한의 특별열차는 돌아온 길을 되짚는다. 130시간의 여정에 묵직한 선물 보따리는 없다. 다음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영변 이외의 카드인 '비욘드 영변'은 무엇일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미 당국자가 말했듯 아직 뿌연 '먼지'가 자욱하다. 김 위원장은 "미국 계산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북한 참모들이 한국 등 세계 언론에 털어놨다. 

여기까지라면 하노이 회담은 실패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 어떤 협상이든 깨지면 격렬한 상호비난 등 '블레임(blame) 게임'이 펼쳐진다. 북미는 서로 자극하지 않는다. '노딜'부터 나흘째인 3일 현재 각자 자국에 유리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선을 넘진 않았다. 명백한 메시지 관리 국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후 2일(현지시간) 미국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 집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어떤 경제적 미래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우린 많은 진전을 이뤄냈고, 이 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03.01. myj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남북미 어느 쪽도 단번에 비핵화가 될 걸로 여기지 않았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그 이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부터 긴 여정(long journey)이 화두였다. 하노이 또한 그 여정의 초입이다. 북미 정상의 첫 대면과 만찬(27일), 단독회담과 확대회담(28일)을 거치며 서로의 패도 많이 알았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게 숙제다.

미·소 핵군축과 냉전종식 과정에 레이캬비크(1986)와 몰타(1989)가 있었다. 둘 다 협상장을 걸어나오던 시점에선 실패한 만남이었다. 그러나 레이캬비크의 자양분은 1987년 군축 합의라는 열매를 맺었다. 몰타에선 "세계는 한 시대를 끝내고 새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평화로 향하는 긴 여정의 시작에 있다"는 공동회견이 합의문 수십장 못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냉전 종식이다. 

남북미는 한반도 새 질서 구축을 이미 시작했다. 돌아갈 수도 없다. 문 대통령의 중재 공간도 다시 열린다. 김의겸 대변인은 하노이 회담 평가와 문 대통령 중재 계획에 대해 "지금은 정확한 진단이 먼저"라며 "바둑으로 치면 복기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과 접촉하고 북한과 접촉해 북한 입장도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게제했다. 2019.02.28. (사진=사라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 SNS 캡처)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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