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웰 美동아태차관보 오늘 방한…한일갈등 '관여' 주목

[the300] 17일 강경화 외교장관 면담...한미일 고위급협의 무산에도 '모종의 역할' 관측도

오상헌 기자 l 2019.07.16 05:30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로 한일 갈등이 악화일로인 가운데 데이비드 스틸웰(사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2박3일 일정으로 16일 방한한다. 과거사 문제에서 외교·경제·안보 갈등으로 확전한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스틸웰 차관보가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한다.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인 스틸웰 차관보는 지난달 13일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쳐 부임했으며 지난 11일부터 첫 아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스틸웰 차관보는 11~14일 일본 도쿄를 찾은 데 이어 15~16일 마닐라를 거쳐 16~18일 한국에 머문 뒤 태국 방콕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웰 차관보는 오는 1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한다. 방한 기간 청와대를 비롯한 국내 외교·안보 당국자들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은 지난 4일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대한(對韓) 수출을 규제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측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 답변 시한(18일)을 바로 앞둔 시점의 방한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가 중재위 개최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스틸웰 차관보의 방일·방한을 계기로 3자 고위급 협의를 추진했으나 일본 측의 거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한미일간에 한 번 조율을 시도했는데 일본이 준비가 안 돼서 (성사가) 안 됐다"고 전했다. 스틸웰 차관보도 방일 기간 일본 NHK와 인터뷰에서 "내가 (한일 갈등을) 중개할 예정은 없다"고 했다.

다만 최근 이어진 우리 정부 당국자의 방미 과정에서 미국이 한일 문제에 '관여'(engage)할 필요성에는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틸웰 차관보가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미국이 '어느 한 쪽 편을 들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중재'나 '조정'이 아닌 '관여'의 필요성엔 동의했다"며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앞으로 (관여의)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미국 정부 인사들이 "경제분야 갈등이 어떤 경우에도 크로스 컨테미네이션(교차오염)되거나, 안보 분야에서 한미일의 협력을 해하는 경우는 있어선 안 된다. 한일 갈등의 상황 악화는 안 된다"며 "미국의 합당한 역할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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