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기각률 4년 연속 증가

[the300]긴급체포·영장신청 건수도 감소세…'불구속 수사 기조' 확대 영향

강주헌 기자 l 2019.10.04 04:18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2019.9.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4년간 경찰이 피의자 긴급체포 후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이나 법원에서 기각되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긴급체포와 영장신청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불구속 재판 기조가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1일 국회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기각 비율은 △2016년 15.6% △2017년 17.2% △2018년 17.6%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올해 7월까지 집계된 기각 비율은 19.0%(4984건 중 716건)였다. 


2016년부터 2019년 7월까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나 법원이 기각한 경우는 4015건(17.1%)으로 6건 중 1건이 기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건수는 총 3만2429건이고, 이 중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은 2만3513건(72.5%)이다.


지방경찰청별로 살펴보면 2016년 이후 전국에서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기각률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지방경찰청이었다. 강원청은 총 570건의 구속영장 신청 중 120건이 기각돼 21.1%의 기각률을 보였다.

 

뒤이어 △울산청 20.6%(470건 중 97건) △대전청 20.1%(741건 중 149건) △경기남부청 18.8%(4241건 중 797건) △충북청 18.8%(628건 중 118건) 등의 순이었다.

 

부산청의 경우 2016년 14.4%에서 2017년 16.1%, 2018년 16.8%, 2019년 21.3%로 기각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의 긴급체포와 영장신청 건수도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경찰의 긴급체포 건수는 2016년 1만217건(영장신청 7238건)이었지만 2017년 9122건(영장신청 6465건), 2018년 8106건(영장신청 6035건)으로 점차 감소했다. 올해는 7월까지는 4,984건(영장신청 3775건)이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원의 불구속 수사 기조가 확대되면서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 보호가 강조됐다"며 "경찰에서도 지난해 3월부터 수사 공정성 강화를 위한 영장심사관제도를 시행되면서 영장신청 단계에서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는 절차가 마련된 결과"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인권을 보호받으면서 재판을 받고 실형이 선고되면 법정구속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영장청구가 전보다 신중해졌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수사 때 구속되는 사례는 줄고 재판을 거쳐 구속되는 사례가 늘었다. 법원이 펴낸 '2019년도 사법연감'에 따르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사례는 2002년 5168건에서 지난해 1만2314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조되다보니 구속영장 판단의 기준자인 검찰과 법원도 그 기준을 엄격하게 잡아 경찰의 영장 청구 기각 비율이 올라간 것"이라며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이 피의자를 영장 없이 긴급체포하기 위해서는 피의자가 사형‧무기징역 또는 징역‧금고 3년 이상의 중대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 또는 도망갈 염려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48시간 내에 검사를 거쳐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영장신청이 기각되면 피의자를 풀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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