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목함지뢰' 하재헌 중사, 재심의서 '전상' 최종판정

[the300]박삼득 보훈처장 “최초 심의때 법령조문 경직되게 해석”

최태범 기자 l 2019.10.02 18:46
【대구=뉴시스】 박영태 기자 =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2019.10.01. since1999@newsis.com


북한의 목함지뢰로 양쪽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사에 대한 국가유공자 상이(傷痍) 판정이 당초 공상(公傷)에서 ‘전상(戰傷)’으로 변경됐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이에 준하는 작전 수행 중 입은 상이를, 공상은 교육·훈련 등의 상황에서 입은 상이를 뜻한다. 전상과 공상은 실제 예우 측면에선 큰 차이가 없지만 '전투 도중 다쳤다'는 명예에 있어선 그 의미가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박삼득 보훈처장은 2일 용산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하 중사에 대한 재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박 처장은 "최초 심의 때 법령조문을 경직되게 해석했던 부분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아 그 의견이 반영됐다"며 "공상군경 요건 인정 후 언론과 국민들의 의견 등도 수렴된 결과"라고 했다.

하 중사는 2015년 8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중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양쪽 다리를 잃었다. 1년간 21차례 수술을 받고 회복해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근무하다 올해 1월 31일 국방부의 전상 판정을 받고 전역했다.

보훈처는 하 중사가 제출한 국가유공자 신청에 대해 현행 유공자법 시행령에 지뢰 피해자를 전상자로 판단하는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달 공상 판정을 내렸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하재헌 중사에 대한 재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보훈심사위원회는 '공상' 판정을 받았던 하 예비역 중사에 대한 재심의 결과 '전상' 판정을 내렸다. 하재헌 중사는 DMZ 수색작전에 투입됐다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가 터지면서 양쪽 다리를 잃었다. 2019.10.02. bjko@newsis.com

보훈처는 과거 천안함 폭침 부상 장병에 대해 모두 전상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의 경우 다른 결정을 하면서 목함지뢰 도발을 북과 무관하게 발생한 사고로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하 중사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북한 목함지뢰 도발사건. 저의 명예를 지켜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사연이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보훈처에 판정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박 처장에게 재심을 요청했다.

박 처장은 "이번 보훈심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하재헌 중사와 가족분들께 싶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례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을 정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여론에 따라 판정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서 환경에 다라서 바꿔나가는 그런 과정"이라며 국민의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뜻을 표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전날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하 중사를 만나 반갑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김정숙 여사도 그의 손을 잡으며 격려했다. 하 중사는 웃으며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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