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세계전략, 文 아세안 포석 빛 볼까

[the300]中 포함 RCEP 타결 후…美와 신남방정책-인도·태평양 전략 연계

김성휘 기자 l 2019.11.07 05:37

【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14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04. since1999@newsis.com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EU(유럽연합)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도 특사를 보냈다. 미중일러 등 전통적 주변 4강국에 보내던 대통령 취임특사를 아세안에 보낸 건 역대 처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특사로 필리핀 등을 다녀왔다. 

문 대통령은 그해 5월30일, 돌아온 특사들과 만나 "이번에 EU와 아세안에 처음으로 특사를 파견했는데, 박원순 특사의 아세안 방문은 4대국 특사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세안+인도를 대상으로 한 신남방정책의 신호탄이었다.

7일 문재인정부가 임기 절반(11월9일)을 앞둔 가운데 신남방정책도 똑같이 2년반을 맞았다. 최근 한반도 주변 외교환경이 매우 불확실해지면서 청와대는 신남방정책의 가치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외부 변수 중 가장 심각한 건 미-중 갈등이다. 통상 분야로 번진 미-중 갈등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됐다. 수출 의존이 큰 우리나라엔 직격탄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가정이긴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받은 영향을 0.3~0.4%포인트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5% 수준이고 올해 2% 성장률이 어렵다면 그 손실의 대부분이 미-중 갈등에서 온 셈이다.

여기에 일본의 경제보복도 올해 돌발변수로 등장했다.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일찍 아세안을 주목한 대통령은 이곳에서 '국익의 공간'을 열고 있다. 지난 4일 태국 방콕서 열린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는 이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냈다.

방콕에선 한중일, 아세안에다 호주 등 오세아니아를 포함한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RCEP)의 협정문이 타결됐다. 사상 최대규모 자유무역지대인데 가장 덩치가 큰 구성원은 역시 중국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는 "다양한 지역협력 구상과 연계해 인도 태평양의 상생협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특히 "해양에서의 평화를 위해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가 비군사화되고, 자유로운 항행과 상공비행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비교되는 미국의 전략 구상이다. 남중국해의 자유로운 항행 또한 미국이 중국의 이 지역 패권 확대에 맞서 강조해 왔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아세안 행보에 대해 국익을 추구하면서도 강대국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을 포함한 RCEP 타결로 수출에 새 기회를 얻겠지만 경제·안보적으로 중국 영향권에 빨려들지는 않겠다고 미국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한미는 6일 서울에서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열었다.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계한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렇게 보면 문 대통령의 외교 키워드는 국익과 실용이다. 미중 갈등중에도 신남방정책은 비교적 순항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완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25~26일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연다. 이때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도 함께 연다.

임기 후반기도 중요하다. 더 치밀하고 유능한 대응이 필요한 도전과제가 이어진다. 미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최초로 공개한 30쪽짜리 인도·태평양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을 견제할 역내 협력 대상으로 호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국가로 한국을 거론했다. 동시에 한국이 내야 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일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 역시 연장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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